통계청이 1일 발표한 '2004년 고령자 통계'는 한국 사회가 선진국에 진입하기도 전에 조로(早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령화 현상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정부는 최근에 들어서야 고령화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인구 고령화는 출산율 감소와 맞물려 앞으로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리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로 떠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초고속 고령화 사회=한국은 2000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를 넘어서면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19년 고령사회(14.4%), 2026년 초고령사회(20%)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점. 한국은 고령화사회→고령사회, 고령사회→초고령사회로 이동하는 데 각각 19년, 7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프랑스는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115년이 걸렸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일본도 2006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12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단연 두드러진다.
▽젊은 세대의 부담 가중=노령 인구가 늘어날수록 젊은 세대의 노인 부양 부담은 늘어난다. 올해에는 생산 가능인구(15~64세) 8.2명이 65세 이상 노인 1명을 부양했지만 2020년에는 4.7명 당 1명, 2030년에는 2.8명 당 1명꼴로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
국민연금 가입자수 대비 노령연금 수급자수 비율도 2002년 4.5%에서 2010년 13.3%, 2030년 41.9%로 급증할 전망이다.
반면 노인들의 경제활동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져 자립기반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8.7%로 전년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취업자의 56.6%는 농림어업, 20.6%는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름살지는 한국 경제=급속한 노령화는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요인이다.
OECD는 고령화가 향후 수십 년 간 1인당 GDP성장률을 연간 0.25~0.75%포인트 떨어뜨리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도 2000~2050년 연평균 GDP 성장률이 2.9%에 머무는 저 성장 시대에 접어든다는 것.
저(低)출산과 고령화는 △노동 공급 감소 △노동생산성 저하 △노령인구 증가에 따른 저축률 하락 △소비와 투자 위축 △재정수지 악화 등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20, 30대 인구 비중은 2000년 36%에서 고령사회 초입인 2020년 26%,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2030년에는 23.3%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 인구가 줄면 조세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
반면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른 연금 수급자 증가, 의료 및 복지비용 등 재정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정수지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노인복지 관련 예산은 5005억원으로 10년 전인 1994년의 462억원에 비해 11배로 불어났다.
이 때문에 정부는 각종 고령화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뒤늦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재정경제부는 올해 안에 '고령자 고용촉진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며 기획예산처도 최근 고령사회에 대응한 재정운영 대책 수립에 나섰다.
▽한국 노인들의 성향=투표율이 고령자일수록 높은 점이 눈에 띈다.
올해 4월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에서 60대 이상의 투표율은 71.5%로 50대(74.8%)보다는 낮았으나 전체 투표율(61.1%)보다 높았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때에도 60대 이상은 78.7%가 투표에 참여해 전체 투표율(70.8%)을 앞질렀다.
가족 구성을 보면 2000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남자의 7명 가운데 1명이 사별(死別)했으나 여자는 10명 중 7명이 사별했다.
정보화 수준도 향상돼 지난해 60세 이상 인구 가운데 컴퓨터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은 7.6%로 전년보다 2.2%포인트 높아졌다.
이밖에 65세 이상 노인 중 가장 도움이 필요한 동작은 '목욕하기'로 조사됐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