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고승(高僧) 120여명의 선필(禪筆·고승들의 글씨) 150여점이 공개되는 이색전시가 열린다. 국립청주박물관(8일∼11월 30일), 서울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내년 1월 11일∼2월 27일), 통도사 성보박물관(내년 3월 23일∼5월 22일)은 공동기획전 ‘고승유묵(高僧遺墨)-경계를 넘는 바람전’을 순회 개최한다. 1500여년에 이르는 한국 서예의 역사를 선필을 통해 새롭게 조명하는 행사다.
선필은 한국 서예사에서 통일신라와 고려시대 서예의 주류를 형성했고 도학자(道學者)의 글씨가 주류였던 조선시대나 전문 서예가 집단이 대거 출현한 근현대에 들어서도 격조와 개성적 필치로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짧은 생애에도 모든 서체를 두루 구사했던 혜장(惠藏) 스님의 개인소장품 8점, 시가 수록된 만해필첩(사진)을 쓴 만해(萬海) 스님,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등 다수의 작품이 처음 공개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해동서성(海東書聖)이라 불린 김생(金生)과 탄연(坦然) 등 통일신라∼조선 초기 이름난 서예가 30여명의 필적을 담은 석각탁본 ‘해동명적(海東名蹟)’ 3책도 선보인다.
이동국 예술의 전당 전시기획팀 과장은 “역대 뛰어난 선필은 당대 글씨의 보편적 흐름을 그대로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서법(書法)과 선미(禪美)가 동시에 충족되고 있다”고 말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