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군(18)은 자주 다리가 부러지고 손발이 파랗게 변했다. 몸이 허약해 정상적인 학교생활도 쉽지 않았다. 결국 11세 되던 1997년 6월 유전학클리닉을 찾았고 선천성대사이상 중 ‘고셰병’이란 진단을 받았다.
바로 효소치료에 들어갔다. 6개월 정도 지나자 진수군의 건강은 눈에 띄게 좋아졌고 표정도 밝아졌다. 요즘 진수군은 학교 다니기가 재미있다. 등산에도 취미를 붙였다.
▽선천성대사이상이란=선천적인 효소결핍 또는 단백질 구조 이상 때문에 대사작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병이다. 그 결과 미처 대사되지 못한 미분해물질이 뇌 간 콩팥 눈 등 장기에 쌓여 손상을 준다. 유전적 요인이 많이 작용해 ‘유전성대사장애’라고도 한다.
장기에 미분해물질이 어느 정도 쌓일 때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신생아 때는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미 증상이 나타난 후라면 장기 손상이 어느 정도 진행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선천성대사이상은 70여종, 세분하면 500여종이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혈우병 등 단백질대사이상, 페닐케톤뇨증 등 아미노산대사이상, 당원병 헌터증후군 등 당질대사이상, 고셰병 니만피크 등 지방대사이상 등이 있다.
국내에는 고셰병 환자가 비교적 많은 편이다. 낡은 세포를 없애 주는 효소가 모자라 미분해 지방질이 축적돼 빈혈, 혈소판 감소, 간과 비장 비대, 골수 이상, 신경계 증상 등이 나타난다.
▽어떻게 치료하나=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행히 올해 들어 페닐케톤뇨증, 갑상샘기능저하증 등 일부 선천성대사이상에 한해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무료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페닐케톤뇨증은 식사요법만 지키면, 갑상샘기능저하증은 호르몬 제제를 복용만 하면 성장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
일부 의사들은 “의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선천성대사이상은 더 이상 난치병이 아니다”고 말한다. 고셰병 역시 3년 전 효소치료가 도입돼 2∼3주마다 주사를 맞으면 생활에 지장이 없다.
그러나 아직도 고셰병의 일부 유형은 효소치료가 듣지 않는다. 헌터증후군, 니만피크 등은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았다. 치료법이 개발됐다 해도 평생 투약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몇 년 전 한 병원에서는 형제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고셰병을 치료하기도 했다. 의사들은 유전자 치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도움말=순천향대병원 소아과 이동환 교수, 아주대병원 유전학클리닉 김현주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 다음 주제는 ‘신경섬유종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