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는 에너지 위기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에너지 안보와 관련된 국제 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만큼 에너지 부분의 종합적인 계획을 전담할 독립적인 정부 조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소는 3일 내놓은 ‘에너지 확보를 둘러싼 신(新)국제질서 전망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도 상당 기간 30달러대중동산 (두바이유 기준)의 고유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보고서 요약.
고유가의 가장 큰 원인은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정치적 불안정성이다. 이에 따른 리스크 프리미엄은 배럴당 8∼10달러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 세계적인 저금리, 달러화 약세, 유가상승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투기자금이 국제 원유시장으로 유입돼 유가의 변동성이 증가했고 실제 수급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중국 일본 등 거대 에너지 소비국들은 새로운 에너지동맹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에너지 확보를 둘러싼 국제질서에도 거대한 변화가 시작됐다.
최대 석유소비국인 미국은 중동의 불안정성과 북해유전 고갈에 따른 위험 보완을 위해 러시아와의 에너지 동맹을 가속화하고 9.11테러 이후 관계가 소원해진 사우디아라비아를 견제하기 위해 이라크의 석유개발과 증산을 도모하고 있다. 세계 2위의 석유소비국인 중국도 에너지 확보를 위해 카스피해, 중동, 북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외교를 펼치고 있고 동시베리아 유전 개발과 파이프라인 건설을 놓고 일본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한국도 세계 에너지 질서 변화에 대비해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천연가스 비중을 늘리는 등 에너지원 다변화, 중동 의존도 개선, 러시아에 대한 전략적 접근 등이 필요하다. 또 에너지 안보를 수급안보 차원을 넘어 경제안보와 국가안보까지 고려한 복합적인 개념으로 재정의하고 에너지 위기 관리팀 구성, 전문인력 양성, 민간기업의 해외개발 장려 등을 추진해야 한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