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에 가입하기 위해 최근 간통죄 부활을 포기하는 등 갖은 애를 쓰고 있는 터키가 새로운 암초를 만났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1일 터키의 EU 가입 가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날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국민투표 근거 조항을 담도록 헌법 수정안을 준비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슈뢰더 총리도 자국 의회나 국민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혀 터키는 EU 가입을 위해 개별 회원국 여론의 지지까지 얻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혔다. 프랑스에선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56%가 터키의 EU 가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대국인 터키로부터의 이민자 유입과 그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가 높기 때문. 이슬람 국가인 터키가 기독교 문화를 공유하는 EU에 발을 들여놓는 것에 대한 반감도 크게 작용했다. 역사적 종교적 이유로 터키의 EU 가입을 꺼리는 것은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반에 걸친 분위기다. EU는 12월 정상회담에서 터키의 EU 가입 절차를 언제부터 시작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EU 집행위원들조차 “터키의 가입은 빨라야 2015년”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