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 후보 토론회 이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
토론회 당시의 발언과 표정이 미 국민에게 부정적으로 비쳐진데다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앞서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점수 깎인 부시 대통령=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대통령 후보 1차 TV 토론 당시 얼굴을 찡그리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바람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그는 케리 민주당 후보가 자신의 정책을 비판할 때마다 얼굴을 찡그리거나 눈을 흘기고 때로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두 후보는 이날 TV 토론에서 한 후보가 발언하는 동안 다른 후보를 TV 카메라가 비추지 않기로 합의했으나 일부 TV가 이를 무시함으로써 부시 대통령의 다양한 표정이 속속들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다. 토론이 끝난 뒤에는 부시 대통령의 다양한 표정을 모은 화면이 TV 뉴스에 공개됐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부시 대통령의 표정을 모은 동영상을 ‘낙담한 얼굴 표정들’이란 제목으로 웹사이트 초기 화면에 올려놓기도 했다.
뉴욕의 입시 및 학습정보업체 프린스턴 리뷰는 TV토론에서 사용된 어휘를 분석한 결과 부시 대통령은 6학년, 케리 후보는 7학년 수준의 단어를 구사했다고 밝혔다.
CBS는 부시 대통령이 ‘악랄하게(Viciously)’라는 말을 써야 할 대목에서 ‘(적들이) 요란하게(Vociferously) 싸우는 이유’라고 단어를 잘못 사용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힘 얻은 케리 후보=토론회 이후 처음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케리 후보는 오차범위 내에서 부시 대통령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스위크 인터넷판이 2일 보도했다. 이 조사에서 무소속 후보를 제외한 양자 대결 때 케리 후보는 부시 대통령을 49% 대 46%로 앞섰다. 4주 전 조사에서는 52% 대 41%로 부시 대통령의 우세.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61%는 케리 후보가, 19%는 부시 대통령이 토론회의 승자라고 평가했다. 16%는 무승부라고 보았다. ‘케리 후보가 생각보다 더 잘했다’는 응답은 56%, 부시 대통령에 대해 같은 평가를 내린 유권자는 11%였다.
부시 대통령은 호감도가 49%로 7월 이후 처음으로 50%를 밑돌았으며 직무수행 지지도 역시 46%로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하지만 재선 가능성에 관해서는 55%가 ‘재선될 것’이라고 전망해 ‘재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 29%를 압도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