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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청소년 역사강좌]제1강 ‘19세기 한반도와 열강’

입력 | 2004-10-03 19:03:00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사 21층 대강당에서 막을 올린 '2004 청소년 역사강좌'에는 청소년들을 비롯해 초등학생부터 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250여명의 청중이 몰려들어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김동주기자


《한국국제정치학회 외교사분과위원회(위원장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가 기획, 주관하고 동아일보사가 후원하는 ‘2004 청소년 역사강좌’가 2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1층 대강당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역사강좌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과거사 규명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기획됐다. 전체 주제를 ‘미래 지향의 한국 근현대사 바로 보기’로 정한 것은 과거의 일을 단순히 재구성하고 암기하는 식의 역사 공부가 아니라 과거를 통해 미래를 위한 교훈을 얻자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특히 국제정치학 분야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한 저명 대학교수들은 이번 역사강좌에서 세계라는 큰 틀 속에서 우리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강의할 계획이다.

역사강좌는 12월 18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에 열린다.>>

2일 첫 강좌에서는 우철구 영남대 교수가 ‘19세기 한반도와 열강’을 주제로 개항 직후 열강의 이전투구 속에 내던져진 한국의 역사를 되돌아봤다. 이날 강연에는 청소년들을 비롯해 초등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250여명이 강연장을 가득 메워 큰 성황을 이뤘다. 이들은 2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않은 채 진지하게 강연을 경청하고 연사와 질의응답을 벌이는 등 높은 열의를 보였다. 특히 청소년들은 부모나 친구들과 함께 온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은 강연 직후 즉석에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중국 러시아 등 대륙세력과 일본 미국 영국 등 해양세력의 각축 속에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운명이 결정지어진 19세기 말∼20세기 초 한국. 국가적 힘과 외교적 역량이 모두 부족해 결국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기까지의 역사에 대한 우교수의 강연이 끝나자 청중의 질문이 이어졌다.

최석은군(17·서울 잠실고 2년)은 “강연이 정치적 측면에만 집중된 것 같다. 1876년 강화도조약으로 일본이 얻은 경제적 이익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우 교수는 “경제적으로 당시 일본은 영국 제품을 사다가 수출하는 중계무역을 하는 상황이어서 경제관계보다는 국제관계의 정치적 측면을 더 중시했다”며 “일반적으로 당시 우리가 열강들과 맺은 경제관련 조약은 열강의 치외법권은 인정하고 우리의 관세자주권과 최혜국대우는 무시한 불평등조약이었다”고 설명했다.

김민규씨(홍익대 3년)는 “1895년 청나라의 속국에서 공식적으로 벗어난 조선이 15년 만에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며 당시 조선이 독립국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는지를 물었다. 우 교수는 “고종이 자주적인 외교 전략을 펴는 등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국내외의 방해 공작과 힘의 부족으로 아쉽게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기고 중국과 일본의 민족주의가 거세지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오늘날 국제정치의 기상도가 19세기와 비슷하다는 질문들이 이어지면서 강연장 분위기는 구한말 민족과 나라의 장래를 걱정한 만민공동회장을 연상시키며 후끈 달아올랐다.

조한승씨(65·경기 김포시)는 “정부는 자주국방을 말하지만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공화당 대통령후보 수락 연설에서 이라크에 파병한 다른 나라들에는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한국은 언급하지 않았고, 북한은 우리가 식량을 지원해도 고맙다는 말도 없다. 한국이 외교적으로 따돌림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물었다. 우 교수는 “우리의 국가이익은 무엇이고, 어떤 것이 가장 유익한 국가이익이냐를 판단해 과거 동맹국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30대 주부인 양명석씨는 “한국이 외교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하고 물었다. 이에 우 교수는 “한 나라가 자주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왕도는 없지만 결국 정책결정자의 정확한 정세 분석과 미래 전략, 그리고 이것을 뒷받침하는 국민의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며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역시 최고지도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친구들과 함께 온 오지연양(17·서울 혜원여고 2년)은 “중간고사가 열흘 남았지만 강좌에 오길 잘했다.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던 사실들까지 알게 됐다”며 만족해했다.

▼강연 요약▼

1842년 아편전쟁의 결과로 영국과 청나라간에 체결된 난징(南京)조약은 중국 중심의 중화(中華)사상에 기반을 둔 기존의 동북아 국제질서를 붕괴시키고 서구 근대국제법 체계에 따른 새로운 국제질서를 형성했다.

이에 따라 19세기 후반 강대국들의 한반도 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한반도를 둘러싸고 전개된 국제관계의 지배적 양상은 해양세력(영국 미국 일본)과 대륙세력(중국 러시아)간의 대립과 갈등이었다.

1876년 조선과 일본간에 체결된 강화도조약 제1조에서 ‘조선은 자주지방(自主之邦)’이라고 명시함으로써 조선은 자주국가로 규정됐고 청나라의 종주권을 부정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이를 계기로 조선의 정치지도자와 일부 지식인들은 개화, 반청, 자주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임오군란(1882년)과 갑신정변(1884년) 이후 전개되는 청나라와 일본의 갈등, 동북아와 중앙아시아에서 전개되는 영국과 러시아의 경쟁에 따른 영국의 거문도 점령(1885년)은 한반도에서 전개된 열강간 갈등의 대표적 양상이다. 조선 정부는 제한된 상황에서나마 주권국가로서 열강과 교섭하려는 노력을 했으며 유럽과 미국에 특명전권공사를 파견하기도 했다.

청일전쟁(1894년)과 러일전쟁(1904년)은 조선과 상관없는 강대국간 갈등의 소산이었지만 한반도의 운명에 중요한 고비였으며 동시에 동북아 국제정치질서를 바꿔 놓았다.

‘힘이 진리’인 국제정치의 양상은 약소국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전개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19세기 후반 조선의 경우다. 이 시기 조선은 힘도 없고 힘을 보완하는 외교력도 미약해 동맹국을 가질 수 없었다. 오늘날 우리가 한말의 국제관계에서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바로 이런 것이다.

○ 강사 우철구 교수는

우철구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62·사진)는 1980년 프랑스 파리 제1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은 구한말 외교사의 권위자다. 2002년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대표적 저서로는 ‘19세기 열강과 한반도’(1999년·법문사), ‘현대 국제관계이론과 한국’(공저·2004년·사회평론사) 등이 있다.

▼이번 주 토요 역사강좌 안내▼

▽일시=9일 오후 3∼4시반

▽장소=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1층 대강당

▽주제 및 강사=‘구한말 국망의 원인 다시 보기’(정용화 연세대 연구교수·국제정치학)

▽이 강좌의 이해를 돕는 책

△문명의 정치사상:유길준과 근대 한국(정용화 지음·문학과지성사)

△한말 내셔널리즘 연구(김용작 지음·청계연구소)

△21세기 한반도 백년대계(하영선 엮음·풀빛)

※누구든지 무료로 수강할 수 있습니다. 강좌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02-920-7089, eastasia@sungshin.ac.kr)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2004 청소년 역사강좌 일정날 짜제 목10월 2일19세기의 한반도와 열강-우철구 교수(영남대)10월 9일구한말 국망의 원인 다시 보기-정용화 연구교수(연세대)10월 16일1920년대 민족언론의 담론 투쟁-김용직 교수(성신여대) 10월 23일일제시대 한반도 국제관계-구대열 교수(이화여대)10월 30일우남 이승만과 대한민국 건국-유영익 석좌교수 (연세대 국제대학원)11월 6일한국전쟁의 세계사적 의의-김영호 교수(성신여대)11월 13일해방과 분단-이완범 교수 (정신문화연구원)11월 20일전후 1950년대 다시 보기-전상인 교수(한림대)11월 27일박정희 시대의 국제관계와 외교정책-홍성걸 교수(국민대)12월 4일박정희 시대와 근대화-김일영 교수(성균관대)12월 11일1980년대 탈냉전과 한국-강규형 교수(명지대)12월 18일역사 속의 젊은 그들:19세기와 21세기-하영선 교수(서울대)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