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서부 지역간 빈부 격차와 재정 지원 문제로 인해 ‘통일 미완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3일 독일 주요 도시에서 통일 14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열렸다.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은 이날 옛 동독지역 에어푸르트시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우리는 지금 산더미 같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으며, 동·서 양측이 마찬가지로 겪는 이 어려움은 많은 이들에게 극복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시인했다.
그는 최근 “지역간의 차이는 불가피한 것”이라는 말을 해 논란을 불러일으켜 2일 동독 지역인 로슈토크의 행사에서 연설할 때 일부 관중에게서 야유를 받은 바 있다.
그는 “옛 서독지역은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개혁을 게을리했으며 동독지역 재건에 대해서도 너무 성급하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다”고 전제하고 “유감스럽게 우리에겐 사물을 너무 음울하게 색칠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쾰러 대통령은 “지난 14년간의 동독 재건 성과는 대단한 것이었으며, 이런 점에서 우리는 미래를 낙관할 이유가 있다”며 ‘새로운 낙관주의’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의 이 같은 낙관적 견해에도 불구하고 2일 베를린에서는 5만여명이 정부의 복지감축 개혁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어 3일 기념식이 열린 에어푸르트에서도 상당수의 옛 동독지역 주민들이 항의시위를 벌이거나 연사에게 야유를 보내는 등 예년에 비해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독일은 1990년 10월 3일 동서독이 통일된 뒤 매년 연방 상원의장을 맡는 주에서 총리와 대통령 등이 참석하는 공식 기념식이 열리고 나머지 도시에선 별도의 축하행사를 해오고 있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