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단체가 제기한 고교등급제 적용 의혹을 받으면서 집중적인 공격대상이 되었던 연세대가 어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 대학은 “일부 단체가 강남 강북을 대립시키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양상으로 우리 학교의 입학정책을 단편적 자료를 이용하여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비난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 발표는 이번 고교등급제 파문을 냉정하게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번 사태는 몇몇 대학의 수시모집에서 강남지역 학생들에게 고교등급제를 적용해 우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전교조 등 일부 단체들이 압박하자 교육부는 실태조사를 벌였다. 조사반은 대학에 입학서류철을 요구했고, 면접을 담당한 교수명단까지 제출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그동안 일부 단체들은 외곽에서 연일 대학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헌법이 보장한 ‘학문의 자유’, ‘대학의 자율권’을 새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런 식으로 대학을 여론재판에 올려 욕보이는 나라가 세상 어디에 있는가. 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대학이 지닌 학생선발권에 관한 일이다. 일부 단체의 ‘선동’에 교육당국까지 가세한 것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연세대가 발표문에서 “일부 단체가 강남과 강북을 대립시켰다”고 주장한 것은 그들 단체의 ‘교묘한 의도’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수시모집에서 강남보다 훨씬 많은 학생을 입학시키는 다른 지역의 특수목적고는 슬며시 빼놓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결처럼 몰고 간 진의(眞意)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연세대가 “입학정책은 신뢰의 기반 위에 대학자율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천명한 것에 공감한다. 고교등급제 의혹은 곧 흑백이 가려지겠지만 어떤 구실로도 이번처럼 대학을 유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