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강제 징집됐다가 일본군을 탈영했거나 행방불명된 한국인 16만148명의 신상을 기록한 ‘유수(留守)명부’가 행정자치부 산하 국가기록원에 보존돼 있는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중국과 한국 등에 주둔했던 일본군 현지 부대장들이 1945년 4월 30일자로 작성한 탈영자(행방불명자) 명단에는 이름과 출생연월일, 본적, 일본군 편재부대 등이 기재돼 있어 과거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료는 1993년 10월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로부터 넘겨받아 국가기록원에 보존해 온 것으로 그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대만 총통부 직속 ‘광복대륙설계연구위원회’가 광복군 명단을 보존하고 있으며, 국가보훈처에 독립유공자 서훈을 신청했던 인사 가운데 60명이 이 위원회를 통해 광복군 복무 여부를 확인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광복군의 모집 과정에서 일본군 탈영자들을 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두 문서를 확인할 경우 독립유공자 선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전병헌(田炳憲) 의원은 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고 “유수명부와 설계위 문서를 확인해 본 결과 일단 5명의 이름이 일치하는 것으로 나왔다”며 “현재 대만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진 대륙설계연구위원회의 문서 원본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보훈처의 한 관계자는 “문서의 원본이 확보되지 않은 데다 국가유공자 서훈에 핵심적인 관건인 광복군 가입 시점이 광복 이전이냐 이후냐의 문제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대륙설계위에서 광복군으로 확인을 해줬다 해도 바로 국가유공자로 서훈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