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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언론 “자르카위는 美 이라크戰 희생양用으로 만든 악당”

입력 | 2004-10-05 18:15:00


미국이 이라크 내 최대의 적으로 간주하는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사진)의 실체가 너무 부풀려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르카위는 한국인 김선일씨를 비롯한 외국인들을 납치해 살해한 테러단체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를 이끄는 인물이다.

▽근거 없는 정보로 전설화=미국은 이라크에서 일어난 굵직굵직한 테러의 배후로 항상 자르카위를 지목했다. 2003년 8월 바그다드의 요르단대사관과 유엔사무소 폭탄테러, 올해 5월 미국인 니컬러스 버그와 6월 김씨 참수 등이 대표적 사례.

그러나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4일 자르카위의 비중은 전후 혼란의 책임을 뒤집어씌울 악당이 필요했던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의해 과장됐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내 미군 정보 담당자들이 보고하는 미확인 정보가 자르카위를 전설의 인물로 부각시켰다는 것.

한 정보 담당자는 “자르카위가 일부 테러에 개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라크 저항세력을 이끄는 핵심인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체는 불투명=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2003년 2월 유엔 연설 도중 자르카위를 팔레스타인인이라고 틀리게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요르단대사관 폭탄테러 직후 자르카위를 배후로 지목한 이유는 그가 요르단 출신이기 때문이었다.

버그씨 살해 장면을 담은 비디오에서는 자르카위로 보이는 검은 복면의 무장대원이 오른손으로 흉기를 사용했다. 그러나 그의 옛 감방 동료들은 그가 왼손을 주로 쓴다고 말했다.

자르카위와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관계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증거도 없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자르카위 본인의 엄청난 야심도 그의 신화화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위상을 빈 라덴 수준으로 높이고 싶어 했으며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

버그씨를 참수하는 장면의 비디오에는 자르카위 이름 앞에 고위 성직자를 뜻하는 ‘셰이흐(Sheikh)’가 붙었다. 미군이 내건 현상금도 빈 라덴과 같은 2500만달러(약 290억원)로 올라갔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