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창덕궁에 육군의 방공포대진지가 있는 등 문화재 구역내 군부대 시설이 12만3000평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은 6일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공개하고 "문화재 구역내 필수 시설을 제외한 군 시설은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창덕궁내 방공포대진지 2만여평을 비롯해 숙종과 장희빈 등의 능이 있는 서오릉(경기도 고양)에 기무사령부의 아파트와 교육장, 체육관이 있으며 지하에는 육군의 지하벙커와 통신지하벙가 등 총 4만여평의 군사시설이 있다.
또 문정왕후와 명종의 능인 태강릉(서울 노원구)에는 육군사관학교 교육장, 수방사 진지, 국방부 사격지도단(3만여평)이 있다.
이밖에 △조선조 공순영릉(경기도 파주)에는 주한미군 시설(690평) △인조가 묻힌 장릉(경기도 파주)에는 국방부 전투교장(4870평) △중종의 원비 단경왕후가 묻힌 온릉(경기도 양주)에는 육군의 탄약고와 주둔지(1만8730평) 등이 있다.
천 의원은 “문화재 구역의 군 시설물 가운데 군사작전상 필요한 것도 있겠지만 물탱크, 아파트, 체육관, 교육장 등 이전해도 무방한 시설이 많다”고 지적한 뒤 “정부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통한 고구려사 편입시도나 일본의 과거사 청산을 비판하기에 앞서 우리 영토 안에 있는 문화유적의 가치를 훼손하는 시설물부터 정비하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문화재청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는 “정부의 문화유산 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문광위 소속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의원은 “임진왜란 때 의병이 왜장 가토 기요마사 군대를 격파한 것을 기념해 만든 북관대첩비가 100년째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방치돼 있는데 정부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반환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도 “주한미군의 스토리사격장(경기도 파주)에 구석기 유적과 백제·고구려 성지, 고려 및 조선시대 고분 등이 산재해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실태파악조차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의원도 “국보급 목조문화재 13곳 중 화재 시 소방차가 진입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5분 이내인 곳은 단 2곳에 불과해 문화재 훼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현재 세계 20개국에 총 7만4177점의 우리 문화유산이 유출돼있는데도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조속한 반환을 위해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 이계진 의원도 “지난 1996년 이후 최근까지 198건의 문화재 도난사건이 발생해 7548점을 도난당했으나 이중 회수된 것은 42건 662점에(회수율 8.7%)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대책을 요구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