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는 기업이라는 배에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언정, 노를 저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만일 그런 행위를 한다면 경영충고가 아니라 경영간섭이다.” 이른바 ‘기업개혁’을 주장해온 일부 시민단체의 활동방식이 오히려 자유시장경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대 국민윤리학과 박효종(朴孝鍾·사진) 교수는 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04전국광고주대회’ 세미나에서 ‘자유시장경제와 시민운동, 그 좌표는?’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일부 시민단체의 행태를 강력히 비판했다.
박 교수는 “참여정부 출범 후 시민단체가 관여하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해지고 ‘부자가 죄’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면서 “기업들로서는 ‘시장의 압박’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의 압박’으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한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현상은 기업이 적절한 윤리경영을 하지 못해 자초한 측면이 있지만 ‘선의의 충고자’라기보다는 ‘까다로운 사외이사’처럼 행동하는 시민단체의 요구는 야누스적 개혁주의, 과잉개혁주의, 규제만능주의라고 할 만큼 합리적 시장주의자의 요구를 넘어섰다”고 질타했다. 또 박 교수는 “시민단체가 대주주와 소액주주간 이익이 충돌할 때는 소액주주 편을 들지만 주주와 노동자 이익이 충돌할 때는 일관되게 노조를 편드는 ‘전략적 시장주의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순수성에 의문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들의 개혁주의는 낙관론에 근거해 복잡한 시장현실을 단순하게 보는 ‘치명적 자만’이 들어 있다”면서 “또 개혁 요구와 함께 비대해진 국가 권력이 자유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도 간과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시민단체가 민주적 경영과 참여민주주의만을 강조하다 보니 한국적 기업가정신을 천민주의적 부자의식과 비민주적 전횡으로 낙인찍고 있다”면서 시민운동가들이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모순’에 관심을 갖는 나머지 ‘창조와 혁신’으로 특징지어지는 기업의 본질과 기업가정신을 바르게 인식하지 못해 개혁주의가 반시장적이 돼 간다고 진단했다. 이 밖에 “자본에는 국적이 없을지 몰라도 자본가에게는 국적이 있다”면서 “진정 이 땅의 고용과 소득창출에 관심을 갖는 것은 한국기업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