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절반이 채택한 금성출판사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한 편향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북한은 긍정적으로 서술했다고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이 지적한 데 대해 대표집필자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는 “전후 맥락을 보지 않고 특정 부분만 발췌해 진의를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국회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여야가 맞서 이념 논쟁을 벌이는 양상이 됐다.
역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보고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시도는 시대와 정치사회적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학계의 논문과 학교 교과서는 달라야 한다. 가치관과 국가관을 형성하기 시작하는 시기의 청소년들에게는 특정 이념의 사관(史觀)이 아닌 가치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사실(史實)을 가르쳐야 옳다.
지나치게 냉전논리식의 반공정신을 강조하는 것도 시대에 맞지 않지만 남과 북을 대등하게 다루는 것 역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북한이 주장하는 바를 ‘…라는 것이다’ 식으로 소개한 내용이 판단력이 미약한 학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숙고할 문제다. 전문가들이 역사서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성인들은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청소년 교과서로는 좀 더 세심한 교육적 배려를 했어야 한다고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남한의 개발독재는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경제 파탄을 낳은 북한 전체주의체제는 제대로 비판하지 않는 등의 ‘자학(自虐)사관’은 건전하지 않다. 그런 역사교과서로 배운 학생들이 대한민국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겠는가.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우리 체제의 정당성을 일깨워 주는 것은 미래의 민주시민을 기르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이는 정쟁(政爭)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정부는 교과서검정위원회를 열어 냉철하게 재검토하고 지나친 부분을 수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