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순영릉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한 서울 창덕궁 등 주요 문화재 8곳 안에 방공포대진지 등 군사시설로 12만3065평을 사용하고 있어 문화재 주변 경관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노동당 천영세(千永世) 의원은 6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1970, 80년대 군사독재시절 건설된 문화재 내 군사시설이 아직 존치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천 의원에 따르면 창덕궁에는 수도방위사령부의 방공포대진지(1만9395평) 방어시설(1249평) 등 군사시설이 2만644평이나 된다.
또 문정왕후와 명종의 능인 태강릉(사적 201호·서울 노원구)에는 육군사관학교의 교육장(2만4860평), 국방부 사격지도단(4363평), 수방사 진지(500평) 등 2만9723평이 들어서 있다.
수도권에는 5곳의 문화재에 군사시설이 배치되어 있다. 특히 서오릉(사적 198호)의 경우 육군 기무사 종합교육장(4만1250평) 등 전국 문화재 중 가장 넓은 4만1296평이 군사시설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조선시대 공순영릉(경기 파주시)에는 주한미군 시설 등 690평 △인조가 묻힌 장릉(파주시)에는 국방부 전투교장 등 4870평 △중종의 원비 단경왕후가 묻힌 온릉(경기 양주시)에는 육군의 탄약고와 주둔지 등 1만8730평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 의원은 “일부 군 시설은 군사 작전상 존치가 불가피하겠으나 교육장 물탱크 등 다른 곳으로 이전해도 무방한 시설이 많다”며 문화재청의 대책을 촉구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정부의 문화유산 부실관리 실태에 대해 여야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열린우리당 노웅래(盧雄來) 의원은 “임진왜란 때 의병이 왜장 가토 기요마사의 군대를 격파한 것을 기념해 만든 북관대첩비가 100년째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방치돼 있는데 정부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반환 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우상호(禹相虎) 의원도 “국보급 목조문화재 13곳 중 화재 시 소방차가 진입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5분 이내인 곳은 단 2곳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최장 30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소방헬기도 통도사에만 5분 내에 도착할 뿐 나머지는 최장 40분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 의원은 “현재 세계 20개국에 총 7만4177점의 우리 문화유산이 유출돼 있는데도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조속한 반환을 촉구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