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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세계의 비경]아프리카크루거 사파리

입력 | 2004-10-07 16:32:00

크루거 국립공원의 관목 우거진 초원에서 거대한 아프리카 코끼리와 조우한 사비사비 리조트의 사파리 투어 여행자들. 사파리에서는 '빅 파이브'라 불리는 특징적인 야생동물(사자 표범 버펄로 하마 코뿔소)을 만날 수 있다. -음푸말랑가=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아프리카 대륙의 남단, 남아공. 그 북동 편을 보면 인도양변 모잠비크와 국경을 이루며 500km나 길게 뻗은 크루거 국립공원이 있다. 나는 지금 관목으로 뒤덮인 이 광대한 아프리카 초원의 야생동물 보호지구(남한 면적의 5분의 1)에서 해넘이를 맞고 있다. 한낮의 정적은 일몰과 더불어 시작되는 새들의 먹이잡이와 지저귐에 밀려 오간 데 없는 지금. 정글의 약육강식 법칙이 여실히 적용될 생동의 밤을 예고하는 야생동물의 기지개가 한창이다.

숙소는 공원 안 사비강 부근에 자리 잡은 사비사비 리조트의 사파리 캠프(3곳) 가운데 하나인 어스 로지(Earth Lodge). 이곳 레인저가 모는 사륜구동 사파리 차량은 나를 비롯한 사파리 여행객을 태우고 여러 야생동물을 찾아 한 시간 반째 초원을 누비는 중이다.

로지 앞의 물웅덩이. 하마 한 마리가 수초를 뜯느라 물속에 몸을 감추고 있다. 둔하고 순해 보이는 동물. 그러나 아프리카 탐험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을 살상한 포악한 동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 6t 맘보 코끼리-짝짓는 표범 등 눈앞에 생생히

부근 숲에서 아기와 함께 있는 코뿔소를 발견했다. 다가가자 급히 달아난다. 둔하게 보여도 행동은 민첩했다. 새끼 때문에 더욱 예민한 것 같다는 게 레인저인 로브의 설명이다. 무게 6t의 거대한 코끼리도 보았다. 무리와 떨어져 혼자 나뭇잎을 따먹고 있다. 그 옆으로 또 한 마리가 다가온다. 성질 급한 이 놈은 아예 굵은 가지를 부러뜨려 통째로 입에 넣는다. 긴 코의 막강한 파괴력을 실감했다.

땅거미가 짙어질 즈음. 차량 전면 왼편에 앉은 흑인 트래커가 흙길에 난 발자국을 보고 오던 길로 돌아가자고 손짓한다. 표범 발자국이다. 사람을 꺼리는 표범은 사파리에서 보기 어렵기로 소문난 동물. 5분쯤 가자 길을 걷는 표범 한 마리가 보인다. 차량이 뒤따르자 힐끗 돌아다보는 표범. 로브는 앞모습을 보여주겠다면서 관목 숲 속으로 우회해 표범을 추월, 우리와 맞대면시켰다.

표범은 짜증난 듯 두세 차례 으르렁 소리를 낸 뒤 길에 앉았다. 크지 않은 소리. 그러나 인공의 소음이라고는 엔진소리뿐인 적막한 숲을 육중하게 압도할 만큼 위엄이 느껴진다. 5분 후. 난데없이 두 살배기 젊은 암컷이 나타난다. 9월은 크루거 공원의 봄으로 짝짓기 철. 그 소리는 암컷을 부르는 소리였다.

수컷 주위를 맴돌던 암컷이 수컷을 숲으로 유인한다. 로브는 차량 전조등을 켜고 그 뒤를 뒤따른다. 길도 없는 숲 속. 영국제 랜드 로버 차량(8기통 4000cc)은 관목을 탱크처럼 밀어붙이며 거침없이 전진한다. 길 안내는 트래커의 몫. 그의 손짓대로 레인저는 핸들을 꺾는다.

표범 암컷이 벌렁 누워 교태를 부리며 수컷의 관심을 끈다. 그리고는 다소곳이 앉아 자세를 잡는다. 점잖게 지켜보던 수컷이 슬그머니 그 위로 몸을 겹친다. 이렇게 시작된 표범의 교미. 15분마다 반복되는데 무려 사흘간이나 계속된단다. 이 모든 장면을 3m 앞까지 바싹 다가간 차량의 전조등과 트래커가 비춰주는 서치라이트 덕분에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 106년 전 설립… 어릴 때부터 본 차량에 위협 안느껴

곧이어 무전이 왔다. 연못에 사자 가족이 나타났다는 첩보다. 모두 여덟 마리로 구성된 한 무리가 물을 먹고 있다. 차량이 다가가도 개의치 않는다. 2m 앞에 차를 세우고 플래시를 터뜨려도, 서치라이트를 비춰도 마찬가지다.

이유는 간단하다. 크루거 국립공원(1898년 설립)이 생긴 지 벌써 106년. 야생의 서식환경을 자연 그대로 보전하기 위한 공원은 전체가 1만2000V의 고압전기 철조망으로 보호된다. 사파리 차량이 오가지만 사냥금지로 동물이 해를 입은 것도 벌써 100년 전의 일. 때문에 여기서 대를 이어온 동물에게 사파리 차량은 환경의 일부가 된 지 오래고 더 이상 위해를 가하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늘 그런 것만은 아니다. 사람이 차량에 앉아 있을 때뿐이다. 의자에서 일어서거나 차량 밖으로 나오면 공격 대상이 된다. 그래서 사파리 도중에는 절대로 일어서지 못하도록 주의를 준다. 차량 운전대 위에 항시 비치해둔 라이플은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한 것.

‘게임 리저브’(동물관찰을 위한 보호지역)라 불리는 사파리공원은 아프리카 대륙 곳곳에 있다. 세렝게티, 마사이마라, 오카방고 델타, 응고롱고로, 초베 국립공원 등등. 크루거는 이에 비해 규모는 작아도 아프리카의 관문인 요하네스버그에서 가깝고(500km) 세계 최고급의 사파리 로지들로 명성이 높은 편이다. 그중 사비사비 리조트는 공원면적의 3.3%(제주도 면적의 3분의 1가량)를 차지하는 최고급 생태관광(에코투어리즘) 리조트로 각국의 대통령과 왕실 귀족의 방문객이 줄을 잇는다.

음푸말랑가(남아공)=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테라스 앉으면 대평원 한눈에…초호화 리조트서 환상의 경험▼

크루거 음푸말랑가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달리기를 두 시간. 전기철조망으로 둘러쳐진 크루거 국립공원을 사비사비 개인 사파리공원(제주도 면적의 3분의 1가량) 검문소를 통해 들어섰다. 사비사비 리조트의 숙소는 모두 세 곳(셀라티 캠프, 부시 로지, 어스 로지). 이 중 어스 로지는 하루 숙식비가 1인당 미화 900달러(약 106만원)인 초호화 숙소다.

8km를 달려 로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건물이 보이지 않는다. 레인저를 따라 간 곳은 지하벙커처럼 생긴 콘크리트 구조물. 육중한 나무문을 열자 별천지가 펼쳐졌다. 고급스러운 테라스 공간 너머로 아프리카 초원의 관목 숲이 보였다. 숙소는 열세 개뿐. 모두 초원을 향해 일렬로 띄엄띄엄 떨어져 있다. 얕은 구릉의 경사면을 벙커처럼 파고 들어가 야생동물이 오가는 정면의 숲 외에는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자연과 사람의 방해 없는 만남을 위한 설계다.

숙소에는 전방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야외 테라스(사진)가 있고 안락의자와 함께 야외 풀과 야외 샤워도 있다. 40평이 넘는 널찍한 실내는 환상적인 조명과 고목장식, 예술품 수준의 가구 및 욕조 등으로 장식돼 유럽 왕실의 어떤 귀족이 와도 불평하지 않을 만큼 고품격을 유지한다.

숙식비에는 하루 두 차례의 차량 사파리, 세 끼 식사와 모든 음료가 포함된다. 저녁식사는 횃불과 모닥불, 그리고 촛불을 밝힌 야외의 낭만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되는데 ‘보마’라고 불리는 야생동물 바비큐도 제공된다.

차량 사파리(소요시간 3시간)는 하루 두 차례(오전 6시, 오후 4시반) 있으며 도중에 초원에 차를 세우고 커피와 빵, 와인과 스낵 등을 차린 가벼운 피크닉 식탁도 펼쳐진다. ‘빅 파이브’라고 불리는 사자 표범 코뿔소 하마 버펄로는 물론 기린 하이에나 쿠두 와일드비스트 긴팔원숭이 다양한 사슴을 두루 볼 수 있다.

○ 여행정보

▽찾아가기 △남아공:직항 편은 없다. 홍콩에서 사우스아프리칸 항공(홍콩↔요하네스버그 직항·11시간30분 소요·www.flysaa.com) 이용. 한국사무소 02-775-4697, 8 △사비사비 리조트:요하네스버그 국제공항에서 리조트 직행 경비행기(1시간30분 소요) 혹은 국내선으로 넬스프로이트(1시간 소요)로 가서 자동차 이용(1시간40분소요). 렌터카로 가면 5시간 소요(500km). 수개월 전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다.

▽홈페이지 △크루거국립공원:www.sanparks.org △사비사비 리조트:www.sabisabi.com

▽패키지 여행상품=사비사비 리조트의 사파리를 포함한 아프리카 여행상품(나미비아 탄자니아 짐바브웨 등)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 가격은 일정별로 천차만별. 인터아프리카(www.interafrica.co.kr) 02-775-7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