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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캘린더]현대 옷 입은 비련의 ‘아이다’

입력 | 2004-10-07 16:33:00

브루노 쉬벵글이 무대 디자인을 맡아 1월 모나코 몬테카를로 국립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아이다’. 사진제공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아이다’의 주인공은 거대한 스핑크스도, 장려한 개선 행진도 아닙니다. 주인공은 조국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주인공, 바로 ‘아이다’입니다.”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정은숙)이 베르디 만년의 대작 오페라 ‘아이다’를 무대에 올린다. 1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 이번 공연은 특히 정 감독에게 뜻깊다. 그는 1970년 김자경오페라단의 오페라 ‘아이다’에, 82년 국립오페라단의 ‘아이다’에 타이틀 롤로 출연하는 등 70, 80년대 국내 대표적 ‘아이다’의 주인공으로 활약했기 때문.

국립오페라단과 22년 만에 다시 인연을 맺은 ‘아이다’에 대해 정 감독은 “현대적 심리극으로 빚어 보겠다”고 말했다.

“이집트가 이디오피아를 물리치고 개선하는 장면에 합창단 무용수 엑스트라 등 수많은 사람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아이다’를 연상하는 관객이 많죠. 그러나 이 작품의 핵심은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를 사랑하면서 고국 이디오피아에 대한 죄책감으로 고민하는 아이다의 내면에 있어요.”

이런 작품의 성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현대적인 감각의 연출로 유명한 스위스 연출가 디터 케기와 기하학적인 무대로 인정받는 오스트리아의 무대디자이너 브루노 쉬벵글을 제작진으로 초청했다.

쉬벵글은 1월 모나코 몬테카를로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여 찬사를 받은 ‘아이다’ 무대를 그대로 옮겨놓는다. 이 무대는 이집트의 기하학적인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게 특징. 그러나 기존 ‘아이다’에 친숙한 한국 음악팬을 위해 고대 이집트 캐릭터를 좀더 가미했다고 정 감독은 설명했다. 연출을 맡은 디터 케기도 차이코프스키 ‘스페이드 퀸’ 등 심리극적 요소가 강한 작품에 장기를 발휘하는 연출가다.

공연에서 아이다 역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소프라노 아디나 아론, 아르메니아 출신 하스믹 파피안, 계명대 교수인 이화영씨가 번갈아 맡는다. 라다메스는 테너 김남두 하석배씨가 맡는다. 8, 11일 오후 7시반, 9, 10일 오후 4시 3만∼15만원. 02-586-5282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