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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성경일]휴경지에 사료용 벼 재배를

입력 | 2004-10-07 18:56:00

성경일


‘도하 개발 어젠다’ 협상이 쌀 관세화 유예로 결론 나든 아니든, 하나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의 벼 재배면적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통일 이후까지 대비한 식량공급기반, 환경보전 등 ‘공익적 측면’에서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 쌀 생산은 줄여도 논의 형태는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는 2003년에 2만7500ha의 논에 대해 벼나 상업작물을 재배하지 않을 경우 ha당 3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쌀 생산조정제를 도입했다. 그 대신 사료작물을 심을 것을 권장한다. 그러나 논의 형태를 유지하는 한 벼 이외의 작물을 재배하기는 어렵다.

논도 살리고 농가 수익도 보장할 방법이 있다. 벼를 사료용으로 재배하는 것이다. 벼는 논에서 다른 어떤 작물보다 잘 자란다. 또 논을 휴경하면 2, 3년이 못 가 황무지가 된다는 점에서 휴경논의 방치는 바람직하지 않다. 휴경논에 벼를 재배하되 탈곡하기 전에 벼 전체(낟알, 줄기, 잎 포함)를 사료로 만들 경우 보조금을 지급토록 하자. 이러면 쌀농가는 기존의 벼 재배기술과 농기계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보조금은 물론 사료판매 수입도 올릴 수 있다.

벼의 사료 이용은 축산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 우리는 사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데, 사료 값이 자꾸 올라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쌀 생산조정제 해당 면적 2만7500ha에서 사료용 벼를 재배하면 연간 33만∼41만t의 조사료를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연간 60만t에 이르는 조사료 수입량의 50% 이상을 대체할 수 있는 양이다. 나아가 앞으로 벼 재배 축소 예정 면적 12만ha 전부에서 벼 사료를 생산하면 수입 조사료의 100% 대체는 물론 수입 배합사료의 대체효과도 상당할 것이다.

쌀 개방의 파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농업인 모두의 진취적 사고가 필요하다.

성경일 강원대 사료생산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