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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노무현 증오'에 중독됐다"

입력 | 2004-10-08 14:43:00


‘조선일보’의 한 기자가 자사가 비중 있게 보도한 주요기사들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글을 올려 관심을 끌고 있다.

정치부 소속 정우상(33) 기자는 5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노무현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저는 조선일보 기자지만 10월5일자 조선일보에 대해선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 넌 뭐했냐’고 물으면 유구무언이지만 그래도 주둥이는 살아있어 이런 글을 쓴다”고 다소 냉소적으로 밝힌 뒤 이 날자로 보도된 1면 머릿기사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기자가 지적한 기사는 ‘미군 없이 한국군 단독 방어 땐 남침 16일 만에 서울함락’과 ‘701개 교교 민중사관 교과서 수업’ 등 2건.

그는 “‘미군이 없어도 우리나라는 문제없어’식의 단순 논리도 문제지만 ‘미군 없으면 우리는 죽어’식의 극단적 가정 또한 허점이 있다”고 지적한 뒤 “개연성은 있지만 가능성이 낮은 리포트를 기반으로 작성된 기사를 중요하게 다룬 것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내포한다”고 주장했다.

정 기자는 “금성출판사의 교과서는 본지(조선일보)의 보도처럼 ’민중사관‘에 철저히 기초한 것이 아니라, 민중사관을 흉내 낸 것”이라면서 “우리 아이들이 그런 교과서로 공부한다고 해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 크면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깨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 기사 모두 가치는 있지만 조선일보가 정색을 하며 다뤄야 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또 “열린우리당이 ‘참여정부의 기반을 무너뜨리려는 공세’라며 상당한 ‘오버’를 했지만 이 교과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아닌 김대중 전 대통령 때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그 교과서를 한번도 제대로 검토한 적도 없으면서 신문만 보고 분기탱천하는 어리석음으로 조선일보의 ‘오버’를 정당화 시켜줬다”고 비판했다.

정 기자는 “텍스트(text)를 보지 않고, 컨텍스트(context)를 비판하는 최근 풍토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아주 우울하게 만든다”면서 “조선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에 중독됐고 열린우리당은 조선일보에 중독됐다. 사랑은 중독돼도 좋지만, 증오는 중독되면 불행해진다”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정 기자의 글이 올라간 뒤 블로그에는 "용기있고 좋은 글이다. 이런 비판으로 조선일보는 발전할 것이다", "덜익은 행동이다. 자중하라"는 등의 찬반 댓글 70여개가 붙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정 기자는 8일 동아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개인적인 사견을 개인블로그에 올린 것 뿐인데, 주변에서 관심이 많아 신경이 쓰인다"면서 "더 이상의 관심이나 물음에 답변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