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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로 논술잡기]‘우리 말글살이를 가꾸는 평범한 글쓰기’

입력 | 2004-10-08 17:05:00


◇우리 말글살이를 가꾸는 평범한 글쓰기/박진욱 김동기 지음/256쪽 1만원 우리교육

언어 능력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벼락치기로 논술을 준비한 학생의 글에는 비문(非文·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 넘치고 논리도 산만하지만, 꾸준히 독서하고 사색한 아이의 글은 유려하고 산뜻하다. 문장만 뜯어보아도 학생의 언어실력을 가릴 수 있다. 숱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논술고사가 유의미한 평가 잣대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글을 일일이 읽고 옥석을 가리는 일은 교사들에게 너무 벅찬 과업이다. 제대로 쓰기 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글쓰기는 아이들에게 힘든 과제가 되어 버렸고, 논술은 수험생들에게 기피 대상으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학생들에게 ‘평범한 글쓰기’를 권하고 싶다. 채팅할 때는 술술 나오던 말이 원고지 앞에서는 굳어버리기 일쑤다. 그 경직 현상을 풀기 위해 저자들은 교단의 엄숙함을 던져버렸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가장 친근하고 절실한 소재부터 가감 없이 써보라고 권한다. 조회시간에 대한 불만, 승객에게 불친절한 운전사에게 화냈던 일 등 일상의 사건과 느낌을 그대로 적게 하는 것이다. 적나라한 예시문들을 읽고 따라 쓰다 보면, 어느덧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은 눈 녹듯이 사라진다.

아울러, 이 책은 제목잡기에서 낱말, 문장, 단락 구성에 이르는 쓰기 과정을 풍부한 사례를 곁들여 쉽게 풀어준다.

제목을 선택할 때는 다룰 내용과 글의 규모를 잘 가늠해야 한다. ‘학교 땡땡이치던 날’이란 제목은 짧은 수필 제목으로는 적당하다. 그러나 이것으로 책 한권 분량의 글을 쓰기는 벅차다. 반면, ‘나의 학창 시절’이란 제목은 책 이름으로는 어울리지만 짧은 글 타이틀로는 모호하다.

나아가 “네가 지금 살래 죽을래?”, “니가 인자 살끼가, 죽을끼가?”란 두 문장을 보자. 똑같은 뜻이지만 주는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이처럼 제목, 어휘 하나하나를 따져가다 보면 언어에 대한 감수성이 섬세하게 가다듬어진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글 구성에 대한 유익한 조언들이 많다. 이해하기 쉽게 문장은 짧게 써라, 한 단락에는 한 주제만 써라, 곁길로 빠지는 ‘노루’ 문장이나 단락을 최소화하라 등등. 이 같은 글쓰기 상식이 적절한 예문과 함께 담겨 있어 이해하기 쉽다. 글쓰기는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명한 필자들의 글에서도 번역체, 비문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쓰기는 주의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 책 ‘평범한 글쓰기’는 평범하게 쓰는 데도 많은 내공을 쌓아야 함을 알려주는 ‘비범한’ 책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학교도서관 총괄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