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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5년刑 ‘권노갑의 추락’… 97년엔 한보비자금 5년형

입력 | 2004-10-08 18:22:00


대법원 3부(주심 박재윤·朴在允 대법관)는 8일 현대비자금 2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권노갑(權魯甲·74·사진)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5년, 몰수 국민주택채권 500장(50억원), 추징금 15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정부 시절 ‘동교동계 맏형’이라 불리며 영향력을 발휘했던 권씨는 기업에서 거액의 불법자금을 수수했다는 불명예를 안고 사실상 정치인생을 마감하게 됐다.

이번 선고는 또 권씨처럼 현대비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2심에서 징역 12년 및 추징금 148억5000만원을 선고받은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고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회장,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등이 법정과 검찰에서 진술한 비자금 200억원의 조성경위와 전달과정 등이 매우 구체적이고 실제 경험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내용으로 보이는 데다 현대상선의 대체전표나 외화예금계좌 거래명세서 등을 볼 때 현대상선에서 비자금 200억원을 조성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권씨는 16대 총선 전인 2000년 2월 서울 S호텔에서 전직 무기거래상 김영완(金榮浣)씨와 함께 고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과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을 만나 ‘총선 때 돈이 많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한 뒤 금강산 카지노 사업허가 등 대북사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고 같은 해 3월 김씨를 통해 비자금 200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2003년 8월 구속기소됐다. 재판부는 “카지노와 면세점 허가는 대북사업의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현대가 꾸준히 추진해온 숙원사업이었고 권씨와 정 전 회장, 이 전 회장, 김씨의 친분관계 등으로 미뤄볼 때 권씨가 김씨와 공모해 정 전 회장에게서 200억원을 받았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권씨는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며 당뇨합병증 등으로 서울 S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기도 했다. 권씨측은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고 말했다.

한편 권씨가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1997년 한보사건 이후 두 번째. 1993∼1996년 국정감사 무마 등의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을 정태수(鄭泰守) 전 한보그룹 회장 등에게서 받은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가 1998년 8월 사면 복권됐다.

한편 재판부는 권씨가 금융감독원 조사무마 청탁 대가로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을 통해 진승현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대로 무죄를 확정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