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의 고교등급제 실태조사 결과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어 교육계를 회오리 속에 몰아넣고 있다.
이번 교육부 실태조사는 전교조와 일부 시민단체들이 줄기차게 특별감사를 요구한 데 밀려 교육부가 조사에 나선 형국이어서 앞으로 교육정책에서 전교조와 시민단체의 입김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6개 대학에 대한 1차 조사결과를 토대로 교육부가 청와대에 ‘심증은 있으나 확증은 없다’는 식으로 보고했다가 질책을 받고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에 추가 조사를 나갔다는 소문도 이런 개운치 않은 배경과 관련이 있다.
특히 검찰이 수사 가능성을 내비침에 따라 경우에 따라서는 ‘입시부정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고, 불합격생들이 대학을 상대로 불합격 취소 소송을 내는 등 집단소송 사태도 예상된다.
그러나 소송을 제기해도 결정적 탈락 원인이 됐다는 입증 책임은 원고에게 있기 때문에 소송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전교조는 “고교간 차별을 뒀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학부모, 교직단체 추천인사가 참가하는 방식의 본격 조사를 요구하고 1학기 수시모집 무효화 투쟁, 집단소송 등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반응을 자제해 오던 대학들이 교육부 실사 결과를 정면 반박하면서 ‘학생 선발권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윤대(魚允大) 고려대 총장과 정창영(鄭暢泳) 연세대 총장이 8일 오전 만나 공동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정권과 한판 붙어보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설사 대학들이 잘못한 것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수험생의 특기적성을 확대하는 대입전형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전형에서 공공성과 평등성만 강조할 경우 결국 점수 한점 한점을 따지는 성적위주로 전형을 바꿀 수 있고, 안병영(安秉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감에서 밝혔듯이 대입제도를 오히려 후퇴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