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살 난 아들을 둔 임아름씨(31·간호사)는 지난해 말 출근시간에 맞춰 문을 여는 보육시설을 찾아 아예 직장이 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근처로 이사를 했다.
오전 7시부터 아이를 맡아주는 이 시설은 교사수도 아이 5명당 1명꼴로 다른 곳보다 많은 데다 기업의 지원을 받아 수업료도 저렴한 편이다.
얼마 전 장애아 통합 육아시설을 찾아 경기 부천시로 이사한 한 장애아동 어머니는 “집에서 키울 때보다 양육 부담도 덜고 다른 애들처럼 교육도 시킬 수 있어 다행”이라며 “하지만 이런 시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아 정부가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부 통계에 따르면 2004년 6월 현재 정부의 육아보조비를 지원받는 2995개 국공립 및 민간법인시설에 다니는 아동은 24만9202명으로 시설 이용아동 중 27.7%, 전체 영유아의 7%에 불과하다.
▽사회가 함께 키워야=여성부는 내년부터 현재 시설별로 지원되고 있는 보육지원금을 가구별 소득수준에 맞춰 개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영유아 보육 관련법안을 국회에 상정해 놓고 있다.
또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 이하 가정의 둘째 자녀에 대해 추가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시설이용 아동 중 45%까지 지원금 혜택을 받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미 2027억원의 추가예산을 확보했다.
여성부 관계자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무료보육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와 함께 수업료를 현실화해 더 높은 서비스를 요구하는 학부모층의 수요도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높은 육아비용에 비해 어머니들에게 충분한 지원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이기숙 교수는 “아이들의 진정한 교육을 위해선 보다 체계적인 지원과 관리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며 “보육의 문제를 단순히 직장여성을 위한 편의시설 문제로 접근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한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황윤옥 사무총장은 “정부가 시설확충 등으로만 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기업체나 지역공동체가 각각의 필요에 맞는 특화된 보육시설을 갖추도록 지원활동을 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육아, 미래에의 투자=OECD 한국 검토보고서는 “유아기 서비스에 대한 투자는 유아 및 가정뿐 아니라 정부 및 국가 경제에도 혜택을 준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열린 ‘OECD 유아교육 및 보육재정 지원방안 워크숍’에서 발표된 ‘캐나다의 보육투자가치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취학 전 아동에 대한 투자수익률은 일반 아동의 경우 200%, 저소득층 아동의 경우 700%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2∼5세 아동에게 연간 53억2900만달러를 보육비로 투자했을 때 여성인력 확보, 아동의 안정적 성장 등으로 사회가 얻게 되는 이득은 약 105억4800만달러가 된다는 것. 그만큼 영유아 교육이 중요하고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OECD 검토단도 “유아기 서비스에 대한 공적투자를 지지하는 데에는 강력한 경제적 타당성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여성개발원 김영옥 연구위원은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 많은 연구들은 보육서비스에 투자했을 때 사회 경제 노동 분야에서 기대 이상의 이득을 거둔다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며 “한국도 정부의 경제적 지원을 통해 폭넓은 공공 보육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공동육아 10주년 학술대회▼
공동육아 1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가 8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참여보육과 생태적 성장’을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대회에서 노르웨이의 가족·육아·성평등국 아동·가족부 피노 코시앤더 부국장과 일본 보육계의 정신적 대모인 오코타 마사코(橫田昌子) 전국보육단체연락회 고문이 각국의 보육현황 및 정책에 대해 발표했다.
한국측에서는 한양대 정병호(鄭炳浩·문화인류학) 교수가 ‘한국사회의 변화와 사회공동체적 보육제도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코시앤더 부국장은 “노르웨이의 취학 전 아동에 대한 공공투자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이라며 “6세 이하 어린이 중 약 69%가 육아시설에 다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육아휴직은 52주 휴직에 80% 급여 지급이나 42주 휴직에 100% 급여 지급을 선택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오코타 고문은 “2000년 이후 일본 정부는 보육소 설립 기준을 완화했으며, 보육소 운영에 기업이 참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또 부모, 교사 등에 의해 새로운 보육소 건설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보육을 보편적 가족지원 프로그램으로 전환하고, 어린이들의 요구에 바탕을 둔 보육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보육시설도 국공립과 민간의 이원체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