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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만델라’ 샤리스타니 박사 군축회의 참석차 방한

입력 | 2004-10-08 18:59:00


‘이라크의 넬슨 만델라’로 불리는 후세인 알 샤리스타니 박사(62)가 한국에 왔다. 핵의 평화적 이용과 세계의 안전 문제를 논의하는 국제평화군축단체인 퍼그워시 회의 서울총회(5∼8일)에 참석차 방한한 샤리스타니 박사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핵무기 개발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1979년부터 11년3개월간 감옥에 있었다.

이라크의 원자력에너지위원회 수석연구원이었던 그는 생명의 위협까지 감수하며 핵 개발 요구를 거부했다. 총회장인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7일 기자와 만난 그는 ‘과학적 지식이 독재자의 손에 의해 파괴적인 힘으로 사용되는 것이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는 신념으로 자신을 지탱했다고 술회했다.

“이슬람은 모든 과학적 기술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일부 집단의 과격한 행동으로 이슬람 세계가 통째로 테러 집단으로 매도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미국은 이라크 점령 뒤 후세인에게 항거한 이 이라크 지성에게 이라크 총리 자리를 제의했다. 그러나 샤리스타니 박사는 이 제안도 단번에 거절했다. 이라크 국민의 총의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미국과 영국에 이어 이라크에 3번째로 많은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군의 활동에 대해 그는 “미군이 이라크 무장단체와 유혈사태를 빚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전투병력이 주둔하는 것이 이라크 치안을 안정시키고 폭력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샤리스타니 박사는 “내년 1월로 예정된 이라크 총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으면 내전이 일어나 이라크가 분열될 수도 있다”며 “한국군이 유엔의 깃발 아래 총선거를 공명선거로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하태원기자 tae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