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남철수 때 피란민을 가득 태운 메러디스 빅토리호. 사진제공 로버트 러니
6·25전쟁 중이던 1950년 12월 흥남부두에서 1만4000명의 피란민을 구출한 미국 상선 메러디스 빅토리(Meredith Victory)호가 ‘가장 많은 인명을 구조한 배’로 기네스북에 의해 인정됐다.
미국 뉴저지주에 세계평화공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재미동포 기업가 안재철씨(48)는 9일 “영국 기네스 본사로부터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세계 최대 규모의 구조작전을 성공시킨 배로 세계 기록에 등록됐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기네스측은 “새로운 기록이 너무 많이 나오고 있어 이 기록이 기네스북에 실릴지는 보장할 수 없지만 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1950년 겨울 중공군에 밀려 고립 위기에 처한 유엔군이 12월 장진호 포위를 뚫고 흥남항을 통해 후퇴하면서 피란민들을 구조한 흥남철수 이야기는 미국의 인도주의적 참전을 상징하는 사건. 미국에서 ‘매리너스의 기적의 배’라는 책을 통해 널리 알려졌으며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이 준비되고 있다.
레너드 라루 선장을 비롯한 47명의 선원들은 1만4000여명의 피란민을 화물선에 가득 태우고 흥남항을 떠나 사흘 뒤 거제도에 도착했으며 이 과정에서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나오지 않았고 5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당시 1등 선원이던 로버트 러니(76)는 “진정한 영웅은 선원들이 아니라 죽음의 극한 공포 속에서 굳건한 용기와 신념을 보여준 피란민이었다”고 회상했다.
휴전협정이 조인된 후 라루 선장은 한국 정부로부터 을지무공훈장을 받았으며 선원들도 대한민국 대통령 표창(1958년), 미국의 ‘용감한 선박’ 표창, 상선단 공훈메달(1960년) 등의 영예를 안았다.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1993년 고(古) 화물선으로 중국에서 분해 철거됐다.
라루 선장은 구조작전의 영향으로 신앙심이 깊어져 뉴저지주 뉴턴시의 수도원에서 수사로 지내다 2001년 87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안씨는 라루 선장(매리너스 수사)을 추모하기 위한 세계평화공원 건립을 추진 중이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