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와 내년도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 5%대를 밑도는 4%대로 하락할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함으로써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임을 시인했다.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4%대에 머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중수(金仲秀)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같은 자리에서 “올해 성장률이 5%에서 0.1∼0.2%포인트의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해 올해 4%대 성장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같은 발언은 국제기구와 국내외 경제예측기관들이 잇따라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4%대로 낮춘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4%대 성장 가능성=이 부총리는 이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재경부 국감에서 “내년에는 유가로 인한 부담요인이 0.4∼0.5%포인트가량 있고 내수가 활발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내년 우리 경제가 0.9∼1%포인트 잠재성장률 이하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답변했다.
정부가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4.7∼5.2%로 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4% 안팎에 머무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부총리는 그동안 내년에도 잠재성장률 5%대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적극적 경기부양대책 시행=이 부총리는 “내년에 적어도 잠재성장률 수준인 5%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이 정부의 과제이자 의지”라며 적극적 경기부양대책을 실시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내년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추가적인 재정지출 확대, 금리인하, 감세(減稅) 등의 경기부양정책을 총동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이 부총리는 “경제둔화 요인을 흡수하기 위해 별도의 건설경기 연착륙 대책과 사회간접자본(SOC) 민자유치 확대 등의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 좌파적 경제정책 논란=현재의 경기침체와 관련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현 정부의 ‘좌파적 분배우선주의 정책기조’를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나라당 임태희(任太熙) 의원은 “최근 참여정부의 정책이 ‘좌파정책’이라는 지적이 민간연구소는 물론 심지어 KDI, 금융연구원 등 공공 연구기관에서도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최경환(崔炅煥) 의원은 이 부총리에게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든지 아니면 자리에서 물러나라. 그래야 부총리도 살고 경제도 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김진표(金振杓) 의원은 “정부는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데 좌파정책이라는 실체도 없고 정략적인 주장이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