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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軍 탄약 부족’도 기밀인가…박진-송영선의원 국감서 추궁

입력 | 2004-10-11 18:33:00

한나라당 박진 의원(오른쪽)은 11일 육군본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한국군의 전시 탄약 비축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박 의원이 국감장에서 보좌진과 질의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계룡대=연합


한나라당 박진(朴振) 의원은 11일 육군본부에 대한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전쟁에 대비해 한국군이 자체적으로 가진 탄약 보유량은 목표 대비 59%에 불과하다”며 “특히 다연장로켓(MLRS)의 경우 하루치도 안 된다”고 주장해 다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MLRS는 북한 장사정포의 공격에 대응하는 대(對)화력전을 위한 핵심무기로, 탄약 보유량이 하루치밖에 안 된다면 1차 대응사격 이후에는 무용지물이 되는 셈.

박 의원은 MLRS 외 다른 무기의 탄약 보유량에 대해서도 “K1A1 전차의 포탄은 10일 미만, K-9 자주포의 포탄은 5일 미만”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탄약 비축량의 목표 가용(可用)기간을 60일로 정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육군본부측은 “전시 대비 탄약 비축량은 3급 군사비밀”이라며 “사실 관계 자체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국정감사장 옆에 마련된 기자실에 배포했다가 일부 여당의원과 군 관계자들이 “또 군사기밀을 공개했다”고 항의하자 이를 수거해 관련 내용을 삭제한 뒤 나눠주기도 했다.

박 의원은 4일에도 2급비밀인 한국국방연구원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군 단독 전력으로 북한 남침에 대응하면 16일 만에 수도권이 함락된다’고 주장해 군사기밀 누설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박 의원은 “오늘 밝힌 탄약 가용일수는 국방부 예산과 탄약 가격 등을 개인적으로 파악해 계산해본 수치로 국방부가 파악하는 실제 수치와 다를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런 추정치마저 군사기밀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의 송영선(宋永仙) 의원도 이날 “한국군이 대화력전 임무를 위해 확보한 포탄의 비축량은 15일치 미만에 그치고 있다”며 박 의원을 거들었다.

상당수 군 관계자들은 두 의원의 주장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도 지난달 8일 국회 국방위의 2003년 국방부 예산결산회의에서 “새로운 무기체계의 신형탄들은 너무 고가”라며 “MLRS 같은 것(로켓탄)은 미군이 갖고 있는 것을 긴급히 한국군 소유로 전환해 쓰는 방안을 강구하려고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군사전문가들은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배치한 ‘전투예비물자(WRSA)’를 간과해선 안 된다”며 지나친 안보불안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주한미군의 WRSA는 한반도 전쟁시 한국군과 미군이 함께 사용하며, 이 경우 탄약 가용일수는 목표(60일)의 60∼70%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한미군은 최근 110억달러(약 12조6500억원) 규모의 전력증강사업 중 하나로 ‘WRSA 증가’를 추진 중이다.

육군 관계자는 “박 의원이 지나치게 한국군 단독 전력만을 강조하며, 미군이 WRSA를 한국군에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상정하는 것은 극단적”이라고 반박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