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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설즈버거 회장 ‘리크게이트’관련 기자 유죄 반박

입력 | 2004-10-11 18:45:00

'기자가 의무를 지키려다 감옥에 가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언론이 취재원을 보호하지 못해서 권력을 감시하는 제4부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의 신분을 누설한 ‘리크게이트(Leak Gate)’가 기자들의 취재원 보호문제로 불거지면서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미 연방법원이 취재원 공개를 거부한 뉴욕타임스 주디 밀러 기자에게 7일 유죄를 선고하자, 타임스 회장 겸 발행인인 아서 설즈버거 2세는 10일 “언론자유를 보장한 헌법정신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반격에 나섰다.

그는 이날 타임스 기고문에서 “언론인에 대한 정부의 투옥 위협이 점점 증대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연방의회가 언론인 보호를 입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크게이트=리크게이트는 미국이 이라크전쟁을 일으킨 명분 가운데 하나인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존재를 둘러싼 공방에서 시작됐다.

NYT 주디 밀러 기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1월 국정연설에서 영국 정보기관을 인용해 이라크가 니제르로부터 우라늄 구입을 시도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첩보를 직접 조사했던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주재 미국 대리대사는 같은 해 7월 6일자 타임스 기고문에서 이라크의 우라늄 구입 시도는 사실무근이라며 부시 대통령의 주장을 부인했다.

이어 같은 달 14일 칼럼니스트인 로버트 노박은 “행정부 고위관리 2명이 백악관을 비난한 윌슨 전 대사의 부인 발레리 플레임이 CIA 요원이라고 밝혔다”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

문제는 노박씨뿐만이 아니라 다른 기자들도 행정부 관리로부터 플레임씨가 CIA 요원이라는 정보를 들었다고 확인했다는 점이다. 부시 행정부가 고의적으로 이 정보를 누설했다는 의혹을 살 만하기 때문이다. 윌슨 전 대사는 “행정부를 비난한 데 대한 보복으로 백악관이 아내의 신분을 흘렸다”고 주장했다.

미 국내법상 비밀정보요원 이름 발설은 연방법 위반이며 최고 1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특히 부시 행정부의 도덕성 문제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이어서 대선에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리크게이트 수사의 파장=리크게이트 수사는 정보를 흘린 사람에게 잘못이 있는지, 취재원을 보호한 기자에게 책임이 있는지 여부로 논란이 확산됐다.

이는 플레임씨의 신분 누설에 대한 단서를 갖고 있는 5, 6명이 모두 기자여서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큰 진척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특별검사팀은 ‘플레임씨가 CIA 요원’이라고 발설한 행정부 관리에게 책임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기자들을 상대로 수사에 나섰지만 ‘취재원 보호’라는 벽에 부닥쳤다.

이에 따라 기자들이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유죄로 추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급기야 취재원 공개를 거부한 밀러 기자가 유죄를 선고받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미국에서는 기자들이 취재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과 범죄와 관련된 사안이라면 취재원의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는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설즈버거 회장은 “더 큰 문제는 언론이 취재원을 보호하지 못하면 권력 감시라는 정부 밖의 ‘제4부(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크게이트 일지▼

▽2003. 1.28 조지 W 부시 대통령 국정연설 “이라크, 아프리카에서 우라늄 구입 시도”

▽2003. 7. 6 조지프 윌슨, “이라크의 우라늄 구입 시도는 사실무근”이라고 언론 기고

▽2003. 7.14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 윌슨의 아내 발레리 플레임이 CIA 요원임을 폭로

▽2003. 7 윌슨, 행정부가 자신에 대한 보복으로 아내의 신분을 누설했다고 주장

▽2003.10. 1 미 법무부, 공식 수사 천명 CNN방송 등 미 언론, ‘리크 게이트’로 명명

▽2003.12.30 미 법무부, 패트릭 피츠제럴드 특별검사 임명

▽2004. 6.24 특별검사팀,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 조사

▽2004. 9. 7 미 연방법원, 뉴욕타임스 주디스 밀러 기자에게 유죄 선고

▽2004.10.10 아서 설즈버거 뉴욕타임스 회장, ‘취재원 비밀보장 입법화’촉구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