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인
최근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논란 중에는 새마을운동에 대한 내용도 있다. ‘천리마는 사회주의 기여’ ‘새마을운동은 독재수단’ 등의 일부 교과서 내용을 뉴스로 접한 새마을지도자들은 당혹스러움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새마을운동은 1970년대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며 시작한 지 30년 만에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이끌어낸 원동력이다. 1970, 80년대 농업기계화를 위해 도입된 경운기를 쓰다가 잘려나간 새마을지도자의 손가락이 2만3000여개나 된다.
새마을운동이 장기집권 수단이었다면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20여년 전에 용도 폐기됐어야 했을 것이다. 김정렴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회고록에서 여당 지도부가 새마을지도자를 당원으로 가입시키자고 건의했더니 박 대통령은 “누구를 막론하고 새마을운동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화를 냈다고 증언했다. 물론 새마을운동이 정부 주도로 시작된 것은 맞다. 하지만 이 운동이 성공한 것은 이처럼 정치와 무관한 방향으로 나갔고, 손가락을 잘리면서까지 피땀 흘려 노력한 새마을지도자들의 자발적인 동참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화운동 출신자가 각광받는 게 요즘 세태지만, 새마을지도자들도 그들 못지않게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했다고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지난해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바깥에 나가 보니까 정말 많은 나라 지도자들이 우리 새마을운동을 부러워하며 칭찬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배우러 160여개국 4만여명의 외국인이 왔다. 새마을운동은 유엔개발계획(UNDP)으로부터 농촌개발 및 빈곤퇴치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으며, 베트남 몽골 콩고 연해주 필리핀 등에서 새마을운동이 추진되고 있다. 정치적 선입견을 배제하고 객관적 시각에서 새마을운동을 평가해주기 바란다.
권재인 전 새마을지도자·부산 서구 부용동 2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