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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프로야구]양키스, 마쓰이 5타점 맹활약 ‘기선 제압’

입력 | 2004-10-13 18:09:00

‘마쓰이는 웃고, 실링은 울고.’ 뉴욕 양키스의 일본 출신 강타자 마쓰이 히데키(왼쪽)가 3회 보스턴 레드삭스의 선발투수 커트 실링(오른쪽)으로부터 3타점짜리 2루타를 터뜨리고 있다. 마쓰이는 이날 5타수 3안타 5타점을 기록해 미국프로야구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타점 타이 기록을 세운 반면 ‘다승왕’ 실링은 패전투수로 고개를 숙였다. 뉴욕=로이터 뉴시스


딱히 저주는 아니라도 뭔가 있는 게 분명하다. 메이저리그 100년 앙숙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을 시청한 팬이라면 누구나 이를 느꼈을 것이다.

13일 양키스타디움. 5만6135석을 꽉 메운 뉴요커들은 ‘우승 청부사’를 자처하는 커트 실링이 보스턴 선발로 등판하자 야유를 거세게 퍼부었다.

실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뉴욕 관중의 입을 다물게 해주겠다. 내가 보스턴에 온 것은 레드삭스가 100년 가까이 이루지 못한 일을 해내기 위해서다”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며칠 전 “보스턴이 1918년 이후 우승하지 못한 것은 실력이 부족해서였다.

밤비노의 저주는 미신에 불과하다”고 말한 데 이은 속편. 밤비노는 1920년 보스턴에서 양키스로 트레이드된 베이브 루스의 애칭이다.

그러나 이게 무슨 조화일까. ‘외계인’으로 불리는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제치고 1차전 선발 중책을 맡은 실링의 호언장담은 1회를 넘기지 못했다.

데릭 지터와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범타로 처리했지만 2사후 게리 셰필드와 마쓰이 히데키에게 연속 2루타, 버니 윌리엄스에게 적시타를 내주고 2실점. 2회를 삼자범퇴로 넘겼지만 3회 무사 만루에서 마쓰이에게 통한의 3타점 2루타를 맞았고 결국 3회까지 6안타 6실점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다승왕(21승) 실링은 올해 등판한 모든 경기에서 5이닝을 넘겼고 필라델피아 시절인 1993년 토론토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6과 3분의 1이닝 6실점이 포스트시즌 가장 나쁜 성적인 만큼 철석같이 믿었던 보스턴 팬으로선 두 배의 충격을 떠안은 셈.

때맞춰 현지 언론에선 이날 실링이 투구 때 오른발 착지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본인 또한 전날 발목을 다쳐 진통제를 맞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친척의 사망으로 1차전 합류가 불투명했던 양키스의 철벽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가 보스턴의 3회 공격이 진행될 즈음 구단 전세기를 타고 도착한 것도 승부의 분수령. 리베라는 8-7로 쫓긴 8회 2사 2루에서 구원등판, 남은 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팀의 10-7 승리를 이끌었다.

타선에선 4번 마쓰이가 1회 결승 2루타, 3회 쐐기 2루타 등 5타수 3안타 5타점으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타점 타이기록을 세우며 맹활약. 그러나 올 포스트시즌에서 22타수 10안타(타율 0.454)에 2홈런 10타점을 기록 중인 마쓰이는 8-5로 앞선 8회 좌익수 수비 때 매니 라미레스의 2타점 타구를 놓쳐 자칫하면 역전패의 주범이 될 뻔했다.

보스턴으로선 초반 0-8의 열세를 따라붙은 게 그나마 위안거리. 2차전은 양키스가 존 리버, 보스턴이 마르티네스를 예고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