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시원섭섭합니다.”
‘무적의 역사(力士)’도 세월의 무게를 이길 수는 없었다.
13일 제85회 전국체육대회 역도 남자 105kg 이상급 경기가 열린 충북 청주시 신흥고등학교 체육관. 지병인 당뇨병과 싸우며 전국체전 17년 연속 금메달에 도전했던 김태현(35·광주·사진)이 용상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이날 최고기록인 232.5kg에 도전해 머리 위로 바벨을 들어올렸다. 전국체전에서만 46번째의 금메달을 목에 걸기 직전. 그러나 그는 힘에 부친 듯 바벨을 툭 떨어뜨렸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는 곧바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관객들도 이 노장의 마지막 투혼에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김태현은 이날 인상 175kg(4위) 용상 225kg(2위) 합계 400kg(3위)으로 은메달과 동메달을 하나씩 땄다.
그는 지난해 전국체전 때 무리하게 체중을 높여 당뇨가 심해져 10개월 정도 바벨을 놓았고 이 대회 전 2개월밖에 운동을 하지 못했다. 그는 “무리였지만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출전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전국체전에서만 16년 연속 금메달을 땄고 11번 3관왕에 올랐던 김태현. 그는 “은퇴하고 싶지만 팀 사정도 있어 아직 그 시기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며 “앞으로 꿈은 지도자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004 아테네 올림픽 여자양궁 2관왕 박성현(전북)은 이번 대회에서 4번째 세계신기록(비공인 포함)을 세우며 대회 첫 5관왕에 올랐다.
박성현은 김수녕양궁장에서 벌어진 양궁 여자 일반부 단체전에서 김두리 박미경 이성진과 함께 출전해 합계(준결승+결승) 511점을 기록해 비공인 세계신기록(종전 505점)을 합작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청주=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