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가 특정 신문의 논조를 전파하는 ‘시민방송(RTV)’과 정치성을 띤 시민단체에 방송발전기금을 편중 지원해 온 것이 드러났다. 방송발전기금은 공공의 목적으로 운용되는 방송과 문화예술진흥사업 등에 쓰도록 정해진 기금이다. 방송위가 편향된 논리를 알리는 데 방송발전기금을 잘못 집행함으로써 방송의 공정성을 실현해야 하는 스스로의 존립 목적까지 어긴 것이다.
시민방송은 시민이 만든 프로그램을 방송한다는 취지에 따라 출범 이후 2년간 48억여원의 방송발전기금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특정 신문사 기자와 논설위원, 언론운동단체 관계자가 출연하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방송했고, 민노총 전교조 등 노조와 민주노동당측을 집중 출연시켰다는 것이다. 방송위가 이 같은 편향성을 지적하기는커녕 시민방송 1년 재정의 85%를 방송발전기금으로 내줬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방송위는 또 시청자단체 지원금의 20.4%, 수시지원사업의 70.7%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에 몰아주었다. 방송위원장이 지난달 국회에서 인정했듯 정치활동을 하는 시민단체에 국고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방송위는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공성, 품질을 높이기 위해 설치된 방송정책 총괄기관이다. 편향되고 친(親)정부적 논리를 대변하는 방송과 정치적 단체에 기금을 지원하는 것은 방송위 자체의 편파성을 드러낸 것과 다름없다.
대통령 탄핵 관련 방송의 심의를 포기하는 등 정권의 눈치를 보아 온 방송위다. 이제는 혈세로 조성된 것과 마찬가지인 방송발전기금까지 특정 코드와 맞는 쪽에 내주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방송사 인허가권 역시 정권의 이익을 위해 쓰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생긴다. 방송위가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공익을 위해 쓰는 본연의 역할 대신 특정 정파와 이념에 봉사한다면 심각한 직무유기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