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의 여파로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근로자들의 세 부담만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 세금걷기가 쉬운 근로자들이 세수 채우기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3일 재정경제부가 한나라당 최경환(崔炅煥)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에 징수한 근로소득세는 4조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5810억원)에 비해 11.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체 국세 징수액은 56조825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거둬들인 국세 56조9169억원보다 오히려 0.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세에서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6.3%에서 올해 7.1%로 0.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경기 침체 속에서 법인세, 특별소비세, 증권거래세 등은 제대로 걷히지 않고 있는 반면 근로소득세는 정해진 임금에 따라 원천 징수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7∼12월)에도 근로소득세 징수액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5% 늘어난 5조6231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 의원측은 “정부가 내년도 세입예산에서 근로소득세를 올해 세입예산보다 15.6% 높게 책정한 것은 ‘유리알 지갑’인 근로자의 세금만 대폭 징수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근로소득세는 원천징수를 하는 세목이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올해 실제로 걷힌 근로소득세와 비교하면 내년 세입예산에서 근로소득세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