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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용 함정 침몰 안팎]해군 “北침투 대비훈련 노출” 당혹

입력 | 2004-10-13 18:36:00


해군은 12일 훈련용 특수함정의 침몰 사고에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한국군이 북한의 ‘반(半)잠수정’에 대응하기 위해 이와 비슷한 특수함정을 만들었고, 이를 격퇴하기 위한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군사기밀이 이번 사고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북한 반잠수정은 그동안 해군의 큰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길이 12.7m, 폭 2.95m로 소형인데다 수면 20m 아래까지 잠수해 항해할 수 있어 레이더나 육안으로 발견하기 어렵다.

또 무기를 많이 장착하지는 못하지만 북한 공작원 수송용으로 이용될 경우 한국 사회를 혼란시킬 수 있다.

더욱이 1998년 아군에 의해 격침된 반잠수정은 위성위치확인(GPS) 장비와 스텔스 기능(음파를 흡수하는 물질을 선체에 바름)까지 갖춰져 있어 군 당국을 놀라게 했다. 해군에서 이번에 침몰된 특수함정을 만들어 반잠수정 대응훈련을 실시해 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북한의 반잠수정처럼 이 특수함정도 파도에 매우 약하다는 것. 정식 잠수정이 아니기 때문에 방수 시설이 취약하고, 소형이라 배의 중심이 쉽게 흔들린다. 해군은 그동안 파도가 거의 없을 때에만 훈련을 실시해 왔다.

사고 당일인 12일 해군은 훈련 중 계속 바람이 세지고 파도가 높아지자 오후 10시에 끝내려던 훈련을 1시간 앞당긴 오후 9시에 마쳤다. 하지만 수면 위에 떠서 기지로 귀대하던 특수함정은 결국 2m 높이의 파도에 휩싸이며 기관 고장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

해군 관계자는 “사고 15분 전쯤 특수함정으로부터 ‘해수(바닷물)가 들어와 기관 고장을 일으켰다’는 무선교신이 들어왔다”며 “인근 고속정이 출동했지만 야간이고 파도가 높아 현장에 신속히 접근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해군은 현재 함정, 항공기, 공군 구조기, 해양경찰 경비정 등을 동원해 탐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