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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하루 10명꼴 자살… “자식들에 짐되기 싫다”

입력 | 2004-10-13 18:39:00


노인 자살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13일 경찰청이 한나라당 고경화(高京華)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1세 이상 노인 자살자 수는 3653명으로 3년 전인 2000년의 2329명에 비해 56.8%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에는 노인 자살자가 전체 자살자의 19.7%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그 비율이 28%로 자살자 4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인구 4729만2000여명 중 61세 이상 노인은 589만9000여명으로 12.3%에 불과했다.

또 같은 기간 전체 자살자 수는 1만1794명에서 1만3005명으로 10.3% 증가해 노인 자살 증가율 56.8%에 비해 훨씬 낮았다.

노인 자살은 2000년 2329명, 2001년 3019명, 2002년 3195명, 2003년 3653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하루에 10명가량의 노인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삶을 마감하고 있는 것.

또 지난해 기준으로 노인 자살자 비율은 10만명당 62명으로 10만명당 27명인 전체 자살자 비율의 2.3배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고령화사회에 접어들고 있지만 그에 맞는 복지정책 부재가 노인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이나 유럽의 노인복지 예산은 전체 예산의 15% 수준이며 인근 일본과 대만도 각각 3.7%, 2.9%나 되지만 올해 우리나라의 노인복지 예산은 전체 예산의 0.4%(5000여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이혜경(李惠炅) 교수는 “노인들이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기 싫다며 자살하는 일은 외국에서는 보기 힘든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이라면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예산 확대는 물론 노인들을 위한 사회적 프로그램 개발 등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