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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罪… 생계형 범죄 전국서 기승

입력 | 2004-10-13 18:39:00


“배가 고파서…, 살기가 힘들어서….”

극심한 경기불황에다 유가 상승 등으로 서민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먹고살기 위해 저지르는 생계형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도시에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우유나 쇠고기를 훔치는 절도범까지 생겼다. 농어촌에서도 수확을 앞둔 농작물을 싹쓸이하거나 양식장 전복을 통째로 훔쳐가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도시지역=지난달 26일 오전 11시경 서울 마포구 망원동 P마트에서 쇠고기 두 근을 훔쳐 나오던 허모씨(63·여)가 붙잡혔다. 허씨는 “고기가 너무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 훔치게 됐다”고 말했다.

1일 대구에서는 주차 중인 트럭 등에서 상습적으로 기름을 훔쳐 온 택배차량 운전사 이모씨(29)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씨는 경찰에서 생활 형편이 어려운 데다 기름값이 너무 올라 훔친 기름을 자신의 승합차 연료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지난달 16일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맨홀뚜껑 등을 훔쳐 온 박모씨(38)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노동일을 하는 이들은 일감이 없자 훔친 맨홀뚜껑과 배수로 덮개를 고물상에 팔아 용돈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촌에선=전남 해남군에서는 2일 수확을 앞둔 2000여평의 벼를 콤바인을 이용해 훔쳐간 절도사건이 발생했다. 주인 김모씨(47·해남군 산이면)는 “집에서 2km 떨어진 간척지 논에 가보니 누군가가 콤바인으로 벼를 모두 베어가 버렸다”면서 “피땀으로 농사를 지어 80가마(700만원 상당) 정도 수확을 예상했는데 한 푼도 건질 수 없게 됐다”며 울먹였다.

8월 경북 의성군 봉양면 최모씨(42)는 팔려고 내놓은 복숭아 200상자(400만원 상당)를 도난당했다.

경찰 관계자는 “요즘 한해 농사를 완전히 망치게 할 정도의 대규모 절도사건이 빈발해 취약시간대에 집중 순찰을 돌고 있으나 절도단들이 폐쇄회로(CC) TV가 설치되지 않은 도로를 이용하는 등 수법이 지능화돼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어촌에선=지난달 23일 전남 진도군 지산면에서 전복 양식을 하는 곽모씨(54)는 출하를 앞둔 전복 4000마리(1000만원 상당)를 통째로 도난당했다.

올해 들어 전남 진도, 신안, 완도군 등 서남해안 일대에서 발생한 전복 도난사건은 4건으로 절도범들은 심야에 배로 양식장 그물을 들어올려 전복을 훔쳐가는 수법을 쓰고 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