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에는 국립대가 4개나 있다. 부산대 부경대 부산교대 한국해양대다.
좁은 지역에 비해 국립대 수도 많지만 이들 대학은 중복되는 학과가 많아 교육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통합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진작부터 있어왔다.
그러다 교육인적자원부가 8월말 강력한 대학구조조정 정책을 밝힌 이후 통합문제가 발등의 불이 됐다.
그러나 부산대와 밀양대(경남)의 통합작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통합의 핵심인 부산대 부경대 한국해양대 사이의 움직임은 거의 포착되지 않고 있다.
이들 대학 관계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아직 대학 자체의 구조조정 마스터플랜이 마련되지 않아 다른 대학과 통합을 논의하기는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한국해양대는 부경대에 이어 최근 울산 이전을 추진하며 독자생존하려는 의도를 비치고 있다.
통합에 따른 학내의 희생이 너무 크고 전국 최고수준인 해양분야가 약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통합의 필요성을 외치면서도 통합과정에서 발생할 불이익을 우려해 서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부경대의 한 교수는 “부산 국립대들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 연합 형태의 통합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렇게 외형만 키우는 통합이라면 시너지 효과를 내기는 힘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96년 수산대와 부산공업대의 통합으로 탄생한 부경대의 경우 규모가 커지면서 학교의 입지는 높아졌지만 교육경쟁력 강화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당시 학교의 성격상 수산대와 해양대가 통합돼야 한다는 지역 내 여론이 높았지만 여러 이해타산 속에 양적 팽창을 위한 통합방식이 선택됐었다.
통합과정에서 자기 대학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어쩌면 당연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4개 국립대 관계자들은 ‘희생이 없이는 더 큰 것을 놓칠 수도 있다’는 각계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