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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포항 영일고 1학년생 전원 ‘1인1악기 교육’

입력 | 2004-10-13 20:59:00


경북 포항지역의 한 인문계 고교가 학생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악기 하나씩을 배우도록 하는 특기적성교육을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포항시 남구 연일읍에 위치한 영일고는 입시 위주의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 신나고 즐거운 학교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올해 3월부터 1학년생 전원(280명)에게 ‘1인 1악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특기적성교육은 남녀 각 4학급으로 나눠진 1학년생들이 색소폰과 플루트, 드럼, 오보에 등 각종 악기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외부 초빙강사로부터 방과 후에 주당 1시간씩 연주법 등을 배우는 것이다.

사립인 영일고는 이를 위해 올해 초에 5000만원을 들여 각종 악기를 구입했으며 특기교육은 방음장치가 된 교내 음악실과 연습실 등을 활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특기교육은 상당한 성과를 거둬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곡 한 두곡 정도를 연주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

이에 따라 학교측은 23일 열리는 개교기념 예술제에서 일부 1학년생들의 색소폰과 플루트 공연을 선보일 방침이다.

이 같은 특기교육은 학생들의 예술적 감성을 일깨워 정서적 안정을 꾀하는 한편 집중력을 높여 장기적으로는 학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학년 7반 엄재림양(15)은 “중학교 때까지는 학교에서 악기를 만질 기회가 전혀 없었는데 고교에 와 플루트를 직접 배우니 참 좋다”며 “연주를 하다보면 마음이 맑아지고 스트레스도 풀려 오히려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특기교육은 2년 전부터 색소폰을 배우면서 삶의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된 이 학교 최상하(崔相河·68) 교장의 제의로 실시되게 됐다.

최 교장은 “과중한 입시부담 때문에 여유와 멋을 잃어 가는 학생들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다 개선책의 하나로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됐다”며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학교에서 배운 악기를 연주하면서 보다 풍요로운 인생을 살기 바란다”고 밝혔다.

최성진기자 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