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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가경쟁력 추락]盧정부 경제성적표 실망…실망…

입력 | 2004-10-13 23:40:00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이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를 11계단이나 떨어뜨린 것은 한국에 대한 외국기업과 투자자들의 차가운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WEF 보고서는 한국의 거시경제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으며 정부 부문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그동안 정부가 ‘낙관론’을 고수하며 적기에 대응하지 못했던 ‘정책 실패’가 국가경쟁력 순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경쟁력 왜 추락하나=한국은 WEF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20위권에 진입한 바 있다.

한국의 경쟁력 순위는 2000년 29위에서 2001년 23위, 2002년 21위, 2003년 18위 등 3년 연속 올랐다.

지난해 WEF는 한국의 국가경쟁력에 대해 기술수준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기술경쟁력지수에서 6위, 기업운영 및 전략지수에서 19위로 평가하는 등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올해 평가는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은 지난해 18위보다 무려 11계단이나 떨어진 29위에 머물렀다. 대만(4위), 싱가포르(7위), 홍콩(21위) 등 아시아 주요 경쟁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순위다.

WEF는 한국의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내수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고 수출도 둔화될 조짐을 보이는 등 거시경제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총체적인 국가경쟁력 위기=한국의 국가경쟁력 저하를 지적한 기관이 WEF가 처음은 아니다.

WEF와 함께 세계적인 국가경쟁력 평가기관인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올해 5월 발표한 세계 주요 60개국의 2004년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35위에 머물렀다.

IMD 평가에서 한국은 지난해 중국에 추월당한 데 이어 올해에는 인도에도 뒤졌다. 특히 세부항목 중 노사관계는 60개국 가운데 꼴찌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미국계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의 스티븐 베어 서울사무소 대표는 지난달 한 강연에서 IMD 보고서를 인용하며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이 다른 나라보다 갑절 이상 높다”며 “세계 최악의 노사관계가 외국인 투자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경쟁력의 경우 2000년 22위, 2001년 21위, 2002년과 2003년 10위로 오르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다가 올해에는 19위로 하락했다.

미국계 컨설팅회사인 AT커니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선호도 조사에서도 한국은 지난해 18위에서 올해 21위로 3계단 하락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인도는 물론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보다도 뒤처진 것이다.

▽경쟁력 하락 파장 우려=이처럼 국가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외국인투자자들이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WEF 국가경쟁력 보고서도 세계 8700여명의 경영인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라 작성된 것이다. 따라서 WEF 조사는 외국 기업과 투자자들이 한국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보여주는 결과다.

전문가들은 국가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 반(反)기업 정서, 소모적인 성장-분배 우선순위 논란 등 한국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문제들이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대 홍기택(洪起澤·경제학) 교수는 “소비자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지갑을 열지 않고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등 전반적으로 경제활력이 떨어지는 현 상황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