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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푸드]가슴 시린 가을밤…아늑한 분위기의 레스토랑

입력 | 2004-10-14 16:58:00

아따블르


《늘 2% 부족함이 있는 계절 가을.

사람들은 그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음악을 찾고 책을 찾고 사랑을 찾고 또 사람을 찾는다.

이 가을 레스토랑은 반쪽 가슴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여유와 낭만으로 단장하고 사람들을 맞는다.

여름의 긴 더위와 때 이른 겨울 추위로 가을이 실종됐다고 하지만 에스프레소 커피의 진한 마지막 한 모금에서, 투명한 와인잔에서 오래된 테이블 한 귀퉁이에서 가을을 느낄 수 있다.》

○ 아따블르

고즈넉한 분위기가 가을을 닮은 동네 삼청동의 큰 길에서 살짝 안으로 들어가면 단아한 한옥집 한 채가 수줍은 듯 모습을 드러낸다.

‘테이블로’라는 뜻의 이곳은 외모와는 다르게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통유리창을 통해 따뜻한 햇볕이 레스토랑 안쪽 깊숙이 들어오고 아기자기한 소품이 정겹다. 자리에 앉으면 주인 겸 셰프가 ‘오늘의 메뉴’를 적은 작은 칠판을 들고 와 직접 주문을 받는데, 만드는 이의 설명 때문에 음식에 대한 신뢰감이 생긴다. 프랑스 각 지방의 다양한 음식을 코스로 선보이는 ‘오늘의 요리’는 그날그날의 재료에 따라 구성이 달라진다.

재료 자체의 다양한 맛을 최대한 살린 고급스러운 애피타이저, 주문한 대로 정확히 구워낸 스테이크 맛이 와인과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삼청동 총리공관 옆. 02-736-1048

○ 미피아체

미피아체

약간 어두운 조명 아래 테이블마다 놓여 있는 촛불이 꽃무늬 벽지에 아른거리면 벽에 걸린 재미있게 생긴 접시와 액자로 눈길이 간다.

30석 남짓한 좌석 수에 비해 서빙하는 인원이 여유 있는 편이라 제때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탈리아 본토식으로 직접 쌀을 볶아 만드는 리조토는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지만 오독오독 씹히는 맛을 즐길 수 있다. 해물을 넣은 짬뽕 스타일의 ‘해물 스파게티’, 대파와 얇은 쇠고기를 데쳐 얹은 ‘샤부샤부 스타일 파스타’ 등 독특한 메뉴도 눈에 띈다.

‘쇠꼬리찜’은 부드러우면서 적당히 간이 배어 있고 곁들여 나온 ‘사프란 리조토’와도 잘 어울린다. 가을밤의 낭만을 기대하는 연인들에게 어울리는 곳. 청담동 버거킹과 옛 키네마극장 사이 골목길로 300m. 02-516-6317

○ 에비뉴 원

에비뉴 원

가을의 여유를 즐기고 싶으면 광화문으로 나서보자.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 로비에 자리잡은 델리 겸 카페 ‘에비뉴 원’에선 향기로운 커피 또는 와인 한 잔과 가을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커다란 통유리창과 높은 천장, 심플한 인테리어가 시원한 느낌을 주는 이곳에서 부드러운 가을 햇살을 조명 삼아 책 한 권의 여유를 즐기다 출출해지면 차림표를 달라고 한다. 청담동의 케이크 카페 ‘슈크레’를 운영하는 요리연구가 공은숙씨가 선보이는 다양한 케이크를 비롯해 각종 샌드위치와 파스타 등이 준비돼 있다.

느지막한 저녁이라면 간단한 안주를 시켜놓고 아일랜드 흑맥주 기네스로 목을 축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겠다. 02-721-3237

○ 카페 드 프랑스

카페 드 프랑스

해마다 이맘때면 주제가처럼 흘러나오는 이브 몽탕의 ‘고엽’이나 ‘시몽’을 외쳐대는 구르몽의 시는 파블로프의 종소리처럼 우리 머릿속에 ‘프랑스=가을’이라는 공식을 성립시킨다. 대개 프랑스 음식이라고 하면 거창한 정찬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곳은 가볍고 소박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프랑스인 셰프가 매일 다르게 선보이는 ‘오늘의 요리’가 메인 디시. ‘갈레트’나 ‘크레페’로 간단히 배를 채우거나 디저트용으로 먹을 수 있다. 메밀가루를 물에 개 얇게 부쳐 햄과 치즈를 넣고 계란 노른자를 터뜨려 찍어먹는 ‘콤플레트’나 뜨거운 베사멜 소스가 꽉 찬 ‘휘셀’ 등 프랑스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지하철 서울역 3번 출구로 나와 우리빌딩 18층. 02-317-8568

○ 파크

파크

강렬한 색깔의 인테리어와 약간 어두운 조명, 은은하게 깔리는 신비롭고 몽환적인 음악, 현지 색이 물씬 풍기는 소품들이 에스닉한 분위기를 더하는 이곳은 ‘아시안 퀴진 & 라운지’다.

태국 음식을 기본으로 중식을 가미한 음식을 선보인다. 진한 황토색 항아리 안에 삼겹살과 게, 버미셀리를 층층이 얹고 양념을 한 후 육수를 부어 찐 ‘푸옵운센’은 단지 안에서 쌓인 차례대로 음식을 하나씩 꺼내먹는 재미가 있다. 연잎으로 닭을 싸고 진흙을 발라 구워낸 ‘베거스 치킨’은 여러 가지 소스에 찍어먹으면 더욱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영업시간이 오전 2시까지라 일과를 마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늦은 저녁과 와인을 즐기려는 이들이 많다. 와인과 분위기에 흠뻑 취하다 보면 긴 가을밤도 짧게만 느껴진다.

청담사거리에서 갤러리아백화점 쪽 첫 번째 골목으로 들어가 좌회전. 02-512-6333

이유경(파란닷컴 맛집 멋집 담당) chris260@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