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뒤 포효하는 두산 마무리 투수 진필중과 포수 홍성흔(22번). 동아일보 자료사진
그땐 정말 대단했다.
2001년 두산 얘기다. 별 볼일 없는 전력으로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더니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다.
한국시리즈 상대는 막강 삼성. 전문가들은 모두 삼성의 우세를 점쳤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 김응룡 감독은 한국시리즈 무패신화를 자랑하던 주인공. 게다가 두산은 정규시즌에서 단 1명의 10승 투수도 배출하지 못했을 정도로 투수력이 빈약했다.
그러나 두산은 끈끈한 조직력과 선수들의 놀라운 투지, 김인식 감독의 ‘믿음의 야구’로 삼성을 4승2패로 눌렀다. 6경기에서 두산의 득점은 무려 52점으로 경기당 평균 8.7점에 달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04년. 두산의 기적 같은 우승 신화가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즌 전만 해도 꼴찌후보로 꼽혔던 두산은 돌풍을 일으키며 정규시즌에서 3위를 차지하더니 포스트시즌에서도 연전 연승하고 있다.
가장 큰 힘은 2001년과 마찬가지로 똘똘 뭉친 선수단의 무서운 기세. 경기를 이기기 위한 투지와 집중력이 그라운드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우익수 김창희는 파울플라이를 잡으려다 오른손이 찢어졌고 플레이오프에선 안경현이 병살을 막기 위해 몸을 던지다 다쳤다. 김인식 감독처럼 김경문 감독도 선수를 신뢰하는 ‘믿음의 야구’를 펼치고 있다. 안경현은 “팀 분위기가 그때(2001년)도 좋았지만 지금은 더 좋다”고 말했다. 단기전에서 가장 큰 무기가 팀 분위기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두산은 분명 강한 팀이다.
대구=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