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좌상귀에서 실족했던 조훈현 9단이 저력을 발휘해 백을 따라잡았다. 이 장면이 최대의 하이라이트다.
조 9단은 반상이 더 좁아지기 전에 고삐를 더욱 죄어 박차를 가할 태세다.
윤준상 3단의 표정도 심각해졌다. 중앙 집이 대가이지만 흑 ‘가’로 중앙 백진에 뛰어드는 수가 골치 아프다. 흑 ‘가’로 나올 때 백이 물러서면 판세가 뒤집어진다. 따라서 백은 맞불을 지펴야 하는데 마땅한 수단이 눈에 띄지 않는다.
조 9단의 치열한 기풍으로 볼 때 검토실도 ‘가’를 다음 수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 9단이 선택한 수는 흑 109. 뜻밖이었다. 윤 3단은 이를 보고 안도하는 듯했다. 검토실의 긴장도 갑자기 사라졌다. 검토실 기사들은 “조 9단이 불리한 상황에서 흑 109처럼 나약한 수를 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 110, 112로 끼우는 수가 평범하면서도 효과적인 수.
한 수를 더해야 지킬 수 있던 중앙 백 집이 흑 109로 인해 자연스럽게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다.
흑 113이 불가피할 때 백 114로 늘어버리자 흑은 백 집만 허용한 꼴이 됐다.
흑 115, 117은 형세가 불리하다고 본 조 9단 특유의 흔들기 전략. 그러나 윤 3단은 흔들리지 않는다. 검토실에선 117 대신 참고도 흑 1처럼 두는 수도 제안했다. 백 18까지 바꿔치기가 최선인데 백의 우세는 변함없다.
백 126까지 간단히 수습해 백 우세가 확고해졌다.
윤 3단은 이후 흑의 공세를 무력화시키며 196수 만에 흑의 항서를 받아냈다. 침착하면서도 힘이 좋은 윤 3단의 실력이 발휘된 한판이었다.
해설=김승준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