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경기 파주시청 시세과(市稅課). 5개의 전화회선이 하루 종일 불통이었다. 12일부터 종합토지세 고지서를 받은 납세자들의 항의가 잇따랐기 때문.
종토세 담당공무원은 “종토세 문의전화가 하루 250여통씩 걸려오고 있다”며 “다른 업무를 전혀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파주시가 올해 부과한 종토세는 모두 128억여원. 지난해보다 48.8% 오른 수치다. 종토세 부과기준인 지난해 개별공시지가가 2002년에 비해 20.2% 인상된 데다 과세표준액 적용비율도 5%포인트를 올렸기 때문이다.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의 경우 논밭이던 곳이 산업단지로 바뀌면서 종토세가 지난해 9만3000원에서 올해 22만7000원으로 144%나 오른 곳도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사는 주부 김모씨는 “지난해 8만원이던 종토세가 이번에는 13만원이나 나왔다”며 “올해 재산세가 3배나 올랐는데 종토세마저 이렇게 올리면 서민들은 어떻게 사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송파 서초 강남구 등 이른바 서울 강남권의 경우 1인당 종토세 부담액이 지난해보다 4만원 이상 올랐다. 이 때문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재산세 인상 파동에 이어 종토세 인상을 놓고 또다시 납세자들의 조세 저항이 우려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종토세는 지난해보다 평균 28.3%가 올랐다. 이는 1990년 종토세가 신설된 이후 가장 높은 인상률.
경기 성남시 분당입주자대표협의회 고성하 회장(58)은 “올해 재산세 부과 때 이미 땅값 인상분이 반영됐는데 또다시 종토세를 크게 올리는 것은 이중과세”라며 “입주자 대표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동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재산세의 경우 시장 군수가 재산세 표준세율을 50% 범위 내에서 가감할 수 있으나 종토세는 가감 규정 자체가 없어 지자체나 지방의회가 나서 세금을 감면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세무 관계자는 “땅값이 올랐다고 보유세까지 올리는 것은 세무행정에서 보기 드문 일로 납세자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자부 지침대로 과세할 수밖에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행 지방세법에선 인상분이 과도하다고 판단되는 납세자는 고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해당 시군 세무과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또 광역자치단체나 행자부 감사원 등에 심사청구를 요구할 수 있다. 이의신청이나 심사청구 없이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과세표준액 적용비율▼
국민의 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개별공시지가의 전체 금액이 아닌 일부에 대해서만 종토세를 매기는데 이 비율을 과세표준액 적용비율이라고 한다. 공시지가가 100만원이고 적용비율이 40%면 40만원에 대해서만 종토세가 부과된다. 정부는 2006년까지 적용비율을 50%까지 올릴 계획이다. 현재 적용비율은 전국 평균 39.1%.
올해 종합토지세 인상률 상위 10개 지자체구분2003년 부과액2004년 부과액인상률(%)경기 시흥시 84억원204억원142.9서울 양천구125억원 190억원 52 〃 송파구413억원 620억원 50.1 〃 서초구509억원 760억원 49.3
경기 파주시 86억원 128억원 48.8 〃 하남시 59억원 87억원 47.5서울 강남구943억원1388억원 47.2 〃 성북구141억원 205억원 45.4 〃 마포구152억원 219억원 44.1 〃 서대문구106억원 152억원 43.41000만원단위는 반올림했음.(자료:서울시, 경기도)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