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마련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해 사학 관계자들은 “비리를 저지른 사학은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사학 전체를 문제 집단으로 매도해 존립 기반 자체를 흔들어 놓고 있다”며 “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가 아니고 무엇이냐”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사학 관련단체들은 내달 초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한편 법안이 통과될 경우 불복종 운동 전개와 함께 위헌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혀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송영식 사무총장은 “교직원이 경영에 참여할 경우 사학 고유의 건학 이념을 실현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재단의 손발을 꽁꽁 묶어 학교 운영권을 제한하면서 의무만 요구한다면 이는 재단에 학교 운영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사 선임권은 법인의 고유 권한이며 국가가 경영하는 공공법인도 모두 경영주체가 이사 선임권을 갖는다”며 “법인과 교직원은 고용계약 관계에 있는데 교직원이 법인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송 사무총장은 또 “비리 사학은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체 사학을 비리 집단으로 몰아 규제하는 것은 몇몇 흉악범 때문에 국민 전체의 자유를 속박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사학측은 특히 개방형 이사제를 통해 교사, 교직원, 학생이 경영에 참여할 경우 권력 투쟁이 심화돼 학교가 정치 투쟁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한국전문대학법인협의회 기오성 총무부장은 “개방형 이사제가 시행될 경우 학교는 정치 세력화된 일부 교원단체에 의해 이념 투쟁의 장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학교 구성원간 갈등이 커지고 자기 몫 챙기기에만 앞장서게 되면 교육의 질은 급속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 결국 학생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 김윤수 회장도 “교육현장이 망가지는 모습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는 만큼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집회, 시위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계획”이라며 “만에 하나 법안이 통과될 경우 위헌소송을 제기하고 불복종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