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4일 열린우리당이 밝힌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 “사학을 일방적으로 비리집단으로 규정한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사학을 무조건 비리집단으로 매도한 뒤 규제만 한다고 해서 사학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며 “정작 문제는 사학의 자율성을 철저히 무시하는 정부의 태도”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우선 문제 삼는 것은 교사와 학부모가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가 학교 이사 정수의 3분의 1 이상(열린우리당 안)을 추천하도록 한 ‘개방형 이사제’. 개방형 이사들이 사학의 운영에 관여할 경우 사학의 자율성에 기반을 둔 ‘책임 경영’은 실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군현(李君賢) 제5정책조정위원장은 “학교 재정과 운영에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잘못되면 누가 책임지겠느냐”며 “개방형 이사제는 결국 사학의 이사 선발 방식을 정부가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이 제시한 사학비리에 대한 제재 강화 방침도 도마에 올랐다. 취지엔 공감하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강제는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한나라당은 사학의 자율성에 기반을 두고 투명성을 강화함으로써 사학의 비리를 방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외부감사제도 도입을 비롯해 △신망 있는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대학 평의원회 구성 △이사장 친인척의 전횡 제한 등을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이 밖에 현재 인가제인 사학의 설립요건을 대폭 완화해 교육인적자원부의 개입 범위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위원장을 중심으로 준비 중인 사학법 개정안을 국정감사 이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20일까지 법안을 발의해 다음달 4일 국회 교육위에 상정한 뒤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여야는 특히 개방형 이사제의 구성 요건, 적용 범위 등을 놓고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