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왼쪽)가 14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표했다.-서영수기자
열린우리당이 교육인적자원부와 합의해 14일 발표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재단 권한 축소’와 ‘학내 자치단체 권한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학이 특정 세력이나 특정한 집단의 지배적 영향권 아래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힌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전체 사학을 ‘부정적 집단’으로 가정하고 법제화를 통해 획일적인 규율을 강요하는 것은 사학의 자율성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사학도 공공기관”=열린우리당 개정안은 사학 운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높이고 사학 구성원들의 내부 감사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재단이사회를 비롯해 교원인사위원회, 교원징계위원회, 감사 등 사학의 주요 포스트에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 교사회, 교수회 등이 추천하는 인사를 일정 비율 이상 반드시 포함하도록 명문화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현행법에는 이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거나 재단의 고유권한으로 규정돼 있어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의 참여는 사실상 배제됐다. 학교장의 법적 임기제를 도입한 것도 학사 운영에 대한 재단의 관여를 막겠다는 취지다.
재단이사장의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 등 친족은 당해 학교의 학교장에 임용될 수 없고 이사회에 4분의 1 이상 참여할 수도 없다. 지금까지는 이사장의 친족도 학교장이 될 수 있었으며 이사회에도 3분의 1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가장 첨예한 문제였던 교원 임면권은 논란 끝에 재단이 갖게 됐으나 학교장에게 위임할 수 있는 근거를 법에 마련했다. 또 이사회와 인사 및 징계위에 교직원과 학부모 학생측 인사가 참여하게 돼 내부 견제가 가능하게 됐다. 초중등 교원의 채용도 반드시 공개전형을 하도록 의무화했다.
비리 분규 당사자의 임원 취임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결산서 제출시 감사 전원이 날인한 감사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한 것은 사학 비리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사학 자율성과 기본권 침해는 위헌”=열린우리당은 시민단체와 사학재단측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고 했지만, 정작 사학 관련단체는 개정안이 사학의 존립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송영식 대학법인협의회 사무총장은 “개방형 이사제는 전교조 등이 주장해 온 공익이사제의 명칭만 바꾼 형태로 학교운영의 투명성 제고를 빙자해 교원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려는 것”이라고 했고, 김윤수 사립중고등학교장회 회장은 “대다수 건전 사학의 자율성과 기본권을 침해하려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사학 관련단체는 ‘개정안에 대한 검토’ 자료를 통해 개정안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사학측은 개방형 이사제가 설립자 또는 사학법인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떤 사적 법인체도 직원이 임원을 추천하도록 제도화한 예가 없으며, ‘본질적 자유와 권리의 침해 금지’를 규정한 헌법 37조 위반이라는 논리다. 이사장의 친족에 대한 이사회 내 비율 축소에 대해서도 건학정신 유지를 위한 이사회 운영에 지장이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또 임의조직인 교사회 교수회 등을 법정기구화하면 학내 갈등관계를 발생시켜 학교가 권력투쟁의 장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도 이를 의식해 학운위와 대학평의원회를 예산 편성과 관련해 자문기구로 두자는 절충안을 냈으나, 열린우리당은 심의기구로 강화하자고 맞서고 있다. 사학측은 학운위나 대학평의원회에 예산 심의권을 부여하게 되면 이들 단체가 학교 경영에 개입하게 돼 책임은 안지며 인기 위주의 예산 편성 등 폐단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현행 사립학교법과 열린우리당 개정안 비교구분현행법열린우리당 개정안이사 정수7명 이상9명 이상친족 이사 한도3분의 14분의 1비리 임원 및 학교장의 복귀 요건2년 경과5년 경과, 재적이사 3분의 2 찬성감사이사회가 2명 이상 선임1명은 학운위 또는 대학평의원회 추천대학평의원회정관으로 설치 가능고등교육법에 설치 의무화
학교장 임기정관에 규정4년, 1회 중임교원 임면권법인법인, 학교장에 위임 근거 마련초중등 교원 채용공개전형 자율공개전형 의무화인사위원회 구성정관으로 규정교사회 교수회의 추천인사 3분의 1 이상 포함징계위원회 구성5∼9명, 교원 또는 이사 중에서 2분의 1 임명5∼9명, 교사회 교수회 추천인사 3분의 1 이상 포함이사장 친족의 학교장 임용규정 없음금지이사회 구성규정 없음이사 정수의 3분의 1(열린우리당) 또는 4분의 1(교육부) 이상을 학운위 또는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학교 예산예산결산자문위의 자문학운위 또는 대학평의원회의 자문(교육부) 또는심의(열린우리당)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