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들은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 조사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추락한 것은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개방을 통해 사회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고 노사관계 개선 등 기업경영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가 시스템 효율성 개선 시급=전문가들은 WEF의 조사 등 국가경쟁력은 사회 전체의 시스템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움직이는지를 반영하는 것이므로 시스템 효율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EF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예산 낭비, 세무 부정, 관료의 정실주의, 노사관계,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기업 이사회의 효율성 등이 모두 지난해보다 순위가 하락하며 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국개발연구원 서중해(徐重海) 연구위원은 “작은 나라가 큰 나라 틈에서 살아가려면 사회경제 시스템을 개방해 외부의 지식과 기술을 빨리 습득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우리는 교육 노동 기업환경 규제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너무 경직돼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경제부 고위 당국자도 “거시경제 환경은 정책적 노력을 통해 어느 정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이와 함께 법 제도 관행 등의 효율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일 수 있도록 계속 고쳐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일관성을 통해 불확실성 해소해야=WEF 조사를 보면 특히 정부 정책의 일관성 결여 등 공공부문이 나쁜 평가를 받았다.
조사대상 국내외 경영인들은 ‘사업을 수행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정책의 일관성 결여’를 꼽았으며 다음으로는 비효율적인 정부와 노동 규제를 들었다.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나성린(羅城麟) 교수는 “거시경제 환경 부문과 함께 공공부문에서 점수가 크게 하락한 것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보여주는 종합성적표”라며 “정부가 기업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투자여건을 개선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許贊國) 거시경제연구센터 소장은 “국가경쟁력 순위 하락 폭이 커서 단순히 경기침체 요인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고 정책의 불확실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며 “이를 계기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경영환경 개선 절실=이번 WEF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거시경제 지표 분석과 함께 8700여명의 국내외 경영인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조사는 한국시장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다국적기업과 한국 기업 경영인들의 심리 상태를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상무는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향후 경제상황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라며 “정부는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불안심리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최재황(崔載滉) 정책본부장은 “한국은 매우 후진적인 노사관계를 갖고 있는 나라로 꼽히고 있다”며 “정부도 기업의 잘못만 지적할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쓸데없는 규제들을 풀고 기업 활동 의욕을 진작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부문별 한국 국가경쟁력 순위분야2004년 순위(2003년 순위)거시경제 환경경기침체에 대한 예상78위(49위)신용에 대한 접근 용이성69위(16위)정부 재정 상태6위(2위)공공부문세무 부정63위(47위)정부 관료의 정실주의49위(48위)사법부의 독립48위(49위)지적재산권 보호27위(36위)기술경쟁력인터넷 사용자2위(3위)
학교 내 인터넷 접근 여부3위(4위)기업 경영 환경전문경영인에 대한 의존도43위(43위)노사협력92위(86위)연구개발 투자14위(12위)기타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85위(42위)은행 건전성77위(70위)채용 및 해고에 대한 제도73위(56위)모성보호법이 여성 고용에 미치는 영향102위(95위)민간기업의 여성 고용102위(100위)자료:스위스 세계경제포럼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박 용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