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首都) 이전의 정책과정을 연구한 학자가 “수도 이전의 실행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이는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남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리는 한국정치학회 추계학술회의에 제출된 서울대 노화준(盧化俊) 교수의 발표문에서 나온 것.
노 교수는 논문 ‘수도 이전 찬반정책의 정치적 실행 가능성 비교분석’에서 “전 국민의 과반수, 수도권 주민의 70% 이상이 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상황과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수도 이전을 찬성하는 열린우리당의 수도권 의원들이 재선을 의식해 수도 이전 반대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수도 이전 정책이 실행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수도 이전 찬반정책을 비교한 결과 △찬성 논리를 뒷받침하는 경험적 증거 부족 △이전 반대 주장에 비해 찬성측의 빈약한 논리 등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노 교수는 각 언론사들이 2003년부터 2년간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 2년 간 유권자들의 수도 이전 반대의견이 전국적인 분포로 점점 커졌고, 특히 일부 기득권층이 반대한다는 정부 주장과는 달리 블루칼라, 자영업 종사자, 주부들의 반대의견이 높게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는 수도 이전 찬성정책이 국민 대다수를 설득할 논리를 개발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노 교수는 “재선을 정치적 목적으로 하는 의원들은 수도 이전을 계속 지지하는 데 따른 대가와 기회비용을 계산해 태도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수도 이전의 정책 접근’을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회의에는 노 교수를 포함해 5명의 발표자 중 4명이 정치 경제 안보 측면에서 현 정부의 수도 이전 정책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보여 주목됐다.
이홍표 일본 규슈대 교수는 ‘동북아경제협력과 수도 서울의 역할’이라는 논문에서 “국토균형발전에 관심이 많던 유럽 주요국조차 대도시 경쟁력을 적극 육성하는 등 현재 글로벌 경쟁체제는 ‘수도권 대 지방’이 아니라 ‘세계 대도시간 경쟁’ 구도”라며 “수도 이전이 추진되면 서울은 베이징이나 도쿄 등에 상대적으로 뒤지게 되고 국가경쟁력에서도 큰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관희(洪官憙) 통일연구원 평화안보실장은 논문 ‘국가안보 측면에서 본 수도 이전 정책 평가’에서 “수도 이전으로 안보 불안감이 커지고 이전이 주한미군 감축과 겹쳐 한미 연합군의 대북 방어전략에 큰 변화를 초래한다”며 “국방예산의 추가 발생으로 재정지출 압박이 증대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