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잠수함이 우리 해역에서 노출된 것은 1996년과 1998년 두 차례다. 1996년에는 상어급 잠수함이 강원 강릉 해안에서, 1998년에는 유고급 잠수정이 속초 인근 해상에서 발각됐다. 전자의 경우 좌초한 잠수함을 택시운전사가 신고했고, 후자는 유자망 그물에 걸린 잠수정을 꽁치잡이 어선 선장이 신고했다. 그 후 “우리나라 바다는 택시운전사와 어부가 지킨다”는 우스갯소리가 한동안 나돌았다. 망신을 당한 해군이 해상 경계태세 강화를 다짐했음은 물론이다.
▷며칠 전에도 동해상에서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군 당국이 ‘북한 잠수함으로 의심되는 물체가 포착됐다’는 미군 첩보를 입수해 대대적인 대잠(對潛) 작전을 펼쳤으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폭뢰까지 투하했다니 심상치 않은 일이었음에 분명하다. 궁금한 것은 1998년 사건 이후 우리 군의 해상경계 능력이 얼마나 보강됐는가 하는 점이다. 북한 잠수함이 요즘도 우리 바다를 제 집 안방 드나들 듯 다니고 있다면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잠수함은 은닉성이 생명인 무기다. 따라서 잠수함을 탐지하기도 무척 어렵다. 1998년 미 국방부 장관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미국으로 침투하는 적 잠수함의 50% 정도만 탐지할 수 있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인 미국이 이럴진대 잠수함 항적 및 음향정보 등 대북(對北) 군사정보의 상당량을 미국에 의존하는 한국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자주국방’이 말로만 이뤄지는 게 아닌 한 우리가 미국과의 군사협력에 더욱 힘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잠수함 색출 소동’이 미국의 첩보 제공에서 비롯됐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한국에서 잠수함 사건이 있었던 1996년은 미 해군정보국에 근무하던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씨가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해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토록 정보 유출에 단호했던 미국이 이젠 한국과의 정보 공조에 더욱 협조적인 자세로 바뀐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을 샅샅이 지켜보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올해 안에 ‘북한 견제용’ 이지스급 구축함을 동해에 상시 배치하겠다고 약속한 미국이 아닌가.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