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日 슈퍼마켓그룹 ‘다이에’ 붕괴…문어발식 확장하다 해체

입력 | 2004-10-14 18:51:00


일본 경제의 고속성장기에 일약 유통업계 기린아로 등장했던 ‘다이에’그룹이 마침내 붕괴했다.

14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매체들은 적자에 시달려온 다이에그룹이 3개 주거래 은행의 추가 지원 거절로 독자 회생 계획을 포기하고 정부기관인 ‘산업재생기구’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경영권이 정부 손에 넘어가게 돼 다이에그룹은 해체 단계로 들어섰다.

다이에그룹은 현재 ‘다이에’란 이름의 182개 종합 슈퍼, 4개 브랜드의 380여개 식품슈퍼체인을 비롯해 수많은 외식체인점, 금융회사, 부동산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후쿠오카를 근거지로 한 프로야구팀 다이에 호크스도 계열사다.

산업재생기구는 식품 등 일부 분야만 남기고 대부분의 계열사를 매각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야구팀 다이에 호크스의 명칭도 바뀔 전망이다.

다이에는 1957년 고베(神戶)의 한 약국에서 출발, 창업 후 15년 만인 1972년 전통의 미쓰코시(三越)백화점을 누르고 일본 소매업 분야 매출 1위에 올랐다. 식료품 화장품 일용잡화 등을 대량 확보한 다음 전국의 종합슈퍼망을 통해 할인 판매하는 방법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고도성장기의 소비를 주도했다. 1980년에는 소매업계 최초로 연매출액 1조엔을 돌파했다.

다이에의 확장은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점포를 사들인 다음 부지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다른 매장을 사들이는 방식이었다. 80년대에는 하와이에도 대형 매장을 지었으며 프로야구팀을 인수하는 등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 거품경기가 꺼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자 현금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95년 고베대지진까지 겹쳐 경영상태는 급격히 악화됐고 98년 이후 적자상태로 전락했다. 2002년 후쿠오카돔을 매각하는 등 1조8000억엔(약 18조원)의 부채를 조금씩 줄이며 독자 회생을 모색했으나 끝내 손을 들고 말았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